“미 시골 분교는 난민수용소”/유학중고생 외딴 산골 유배간 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낡은 방갈로 숙소로 둔갑/임시도서관 책 한권 없어
【뉴욕지사=특별취재반】 한국에서 불법으로 유학해온 중·고교생 들(중앙일보 12일자 23면)은 학교라고 보기가 어려운 미국의 산속 휴양지 방갈로에서 실습실조차 갖춰지지 않은 여건아래 「어학연수」를 받고 있었다.
한국학생들을 수용하고 있는 코네티컷주 사우스켄트 고등학교는 한국학생들이 몰리자 포장길도 없는 산골짜기 휴양지 방갈로를 급조,앰배서더분교를 설치했으며 원래 독신자들이 여름철에만 휴식처로 사용하는 곳이어서 대중교통수단이 전혀 없고 가장 가까운 윙글리읍까지 40분 이상 소요되는 산골짜기에 위치하고 있었다.
학교시설이라고는 숙박용 방갈로 30여채와 주방·오락시설이 전부였으며 어학코스에 필수적인 시청각시설이나 도서관·강당 등은 찾아볼 수 없었고 교사 캐빈씨가 소개한 임시도서관은 휴양객들의 파티장소로 쓰던 곳으로 책은 단 한권도 보이지 않았다.
또 강당겸 체육관은 오래전부터 사용하지 않은 듯 한대 놓인 탁구대위에 먼지가 가득 쌓여있었다.
교실은 방갈로 3개를 개조,임시로 사용하고 있었으며 교실문은 급히 칠한 듯 아직 칠이 마르지 않은 상태였다.
학생들은 방갈로 한개에 3∼4명이 함께 기거하고 있었고 침대를 뺀 나머지 공간은 거의 없었고 시트도 없이 때묻은 낡은 이불을 사용하고 있는데다 그나마 개지 않고 흐트러져 있어 난민수용소를 연상케할 정도였다.
지난달 이곳에 도착한 홍모군(16)은 『오후 11시 이후에는 일절 불을 못켜게 하는등 규율이 엄격하다』고 말하고 말이 통하지 않는데다 음식도 맞지않아 견디기 힘들다고 울먹였다.
구정중 3년에 재학중 이곳에 왔다는 박모군(16)은 월 1백만원씩 한국에서 송금받는다며 『학교에서 어학실력이 부족하다고 계속 이곳에 머무르도록 요구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에 머무르고 있는 학생모집책 리처드 그로터씨는 『이들의 유학은 불법이 아니다』며 올해 1백50여명을 모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