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뜨거운 유흥업소 매출신고/박의준 경제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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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룸살롱·카페·디스코테크를 한번이라도 가본 사람이면 누구나 『이렇게 장사가 잘될까』하고 혀를 내두르게 된다.
『먹고 마시는 장사가 남는 장사』란 얘기가 빈말이 아니구나 하는 느낌이다.
서민들 입장에서 보면 상상도 못할 노릇이지만 괜찮은 룸살롱이나 카페에서 술 몇잔에 노래 한곡 불러도 10만원짜리 수표 서너장은 고스란히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도 이처럼 손님이 북적거리는 유흥업소의 하루매출이 30만원을 밑돈다고 신고된다.
지난해부터 심야영업이 규제되면서 많은 유흥업소들은 『하루 매상이 엄청나게 떨어졌는데 세금은 오히려 많이 내야하니 죽을 지경』이라고 푸념한다.
최근 국세청 집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비교적 덩치가 크다는 유흥업소(특별소비세과세대상) 3천4백48개소가 지난 한햇동안 올렸다고 신고한 매출액은 2천8백90억원.
이들 업소 가운데 6백여개소는 지난해 10월에 특소세 과세대상으로 선정돼 11,12월 두달치분의 매출액만 집계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업소당 하루 평균 매출액이 지난 89년의 34만원보다 오히려 낮은 수준이다. 물론 이들 업소가운데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곳도 끼여 있어 일괄적으로 신고 수준이 지나치게 낮다고 몰아칠수는 없다.
그러나 서울 강남에서 위스키 한병에 8만∼10만원,안주 한접시에 3만∼5만원하는 룸살롱이 하루 40만원어치 안팎만 팔았다면 누가 믿겠는가. 실제로 고객들이 수십명씩 북적대 호황을 누리는 업소에서 조차 건물임대료에도 못미치는 수입금액을 버젓이 신고해오는 경우가 적잖다는 것이 국세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들 업소에 대해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실시되면 엄청난 규모의 탈세액이 드러나는 것만 봐도 유흥업소가 「세정의 사각지대」임을 실감할 수 있다.
국세청은 때마침 「자정운동」에 나서고 있는 만큼 혹시 일선세무서 직원들과 유흥업소간에 연결고리(?)가 공평과세에 걸림돌이 됐다면 이 고리를 과감히 끊고 과세현실화를 이뤄나가야 한다.
이렇게 돼야만 국세청이 늘 강조하고 있는 「형평과세」가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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