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우선” 먼지·매연 묵살/지하철 1호선 “신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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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전면철거 재공사로/환기시설 모두 스톱/승객·상인등 안질·두통 시달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개통된 서울지하철 1호선이 사전준비없는 졸속공사로 먼지·매연·악취로 중병을 앓고 있다.
1호선 9개역 가운데 서울역∼종로5가구간 5개역에서 1월말부터 동시에 노후환기시설 개량,천장·전기시설 개수공사를 하면서 환기시설이 두달이 넘도록 전면 작동중지된 채 운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하루 1백여만명의 승객이 먼지·매연·악취공해에 무방비상태로 방치되고 있으며 역구내 지하상가 상인·역무원들은 안질·두통·가래 등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지하철공사·시공회사들은 공사가 마무리돼 환기시설이 재가동되는 5월말까지 속수무책이라고 버티고 있다.
총공사비 64억1천7백만원 규모인 이 공사는 민간 4개기업이 참여,지난해 12월26일 착공,6월25일 완공예정으로 당초엔 역마다 분리되어 있는 기계실·환기통 등 두개의 환기시설중 한곳을 먼저 고친뒤 다른 한곳을 고치도록 해 공사기간중 환기시설의 절반씩은 가동토록 계획했었으나 기술상 이유로 공법을 전면 철거방식으로 갑자기 바꾸는 바람에 환기시설이 모두 마비돼 버린 것.
전체공사를 감독하고 있는 지하철공사 전기부 설비과 김남덕 계장(48)은 『설비구조를 충분히 모르는 상태에서 환기시설을 절반씩 철거하는 도중 양쪽 환기통이 일부 중첩된 것이 발견돼 전면 철거로 공사방식을 바꾸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5개역에서는 매일 지상도로에서 유입되는 매연·먼지와 지하철 화장실 악취외에 74년 개통이래 묵은 먼지까지 가득차 상가 종사자와 역무원·통행객들은 안질·두통·감기·짙은 가래 등의 증세를 나타내 지하철공사측에 항의하고 있다.
지하철공사는 환기시설작동을 최대한 서두르고 있으나 지금까지 기계실부품이 공급되지 않고 있는데다 야간작업 인원 부족,공정의 복잡성 때문에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시청역구내 화장품코너 주인 최정자씨(50·여)는 『가래에 검은 담이 섞여 나오고 물건은 진열하기가 무섭게 먼지가 깔려 매상도 크게 줄어 지하철공사측에 항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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