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스케치] 지장관 "다른 장관에도 온라인토론 권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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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집무실의 노트북 화면에 인터넷 중앙일보 사이트(www.joongang.co.kr)를 열어 놓은 지은희 여성부장관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이 맺히기 시작했다. '호주제 폐지'를 놓고 10일 오전 인터넷 중앙일보가 마련한 네티즌들과의 일대일 토론에서 어려운 질문들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새정부 들어 현직 장관이 민감한 현안을 두고 네티즌들과 실시간으로 맞토론을 한 것은 처음이다.

이날 네티즌들은 정책의 최고 책임자로부터 대표적 가부장제도로 꼽혀 온 호주제에 대해 평소 궁금한 내용을 생생하게 듣고 싶어 했다. 그래서 개인적인 경험이나 특정한 사례와 관련한 질문들이 많이 올라 왔다. 이날 오전부터 본격적으로 사이트에 올라오기 시작한 질문은 토론이 시작되기 직전엔 1백40개에 달했다.

이날 오전 8시에 출근하자마자 노트북 앞에 앉은 지장관은 토론이 시작되자 긴장한 표정이었다.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나름대로 자료를 준비했지만, 실시간 토론인만큼 민감하거나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올라올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지장관 뒤로는 담당국장과 사무관 등 여성부 공무원 4~5명이 모여 토론을 도왔다.

당초 예상보다 많은 질문이 쏟아지자 지장관은 "호주제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이 이렇게 뜨거운줄 몰랐다"며 컴퓨터 자판을 바쁘게 두드렸다. 지장관은 "시간이 부족해 일일이 질문에 답변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특히 지장관은 일일이 사례를 들어가며 호주제 폐지의 장단점을 지적하는 네티즌들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평소 여성부 홈페이지와 여성관련 사이트 등을 자주 방문하며 네티즌 여론을 점검하는 지장관이지만 이날 토론이 한층 생생한 여론을 듣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지장관은 “이런 방식의 토론은 처음이지만 국민들의 생각을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알아볼 수 있어 좋았다”며 “국무회의에 가서 다른 장관들에게도 민의를 수렴하는 한 통로로 디지털국회를 이용하라고 홍보하겠다”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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