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안하면 여성가족부가 회식비 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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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을 잠재적 성 범죄자로 여기는 성차별적인 행사이다" 네티즌 ID '정어리'

"건전한 회식문화를 조성하자는 취지이며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여성부 관계자

여성가족부가 지난 6일부터 벌이고 있는 온라인 성매매 근절 프로그램이 논란에 휩싸였다.

여성부는 "연말 회식 뒤 성매매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성인 남성들에게 회식비를 현금으로 지급하겠다"며 온라인에서 '성매매 예방 다짐 이벤트'를 진행중이다.남성들의 송년회 술자리가 성매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성매매 없이 즐겁게 술만 마시겠다"고 약속하는 사람들에게 회식비를 주겠다는 것이다.

참여방법은 이렇다.

여성부가 이벤트 대행사에 위탁해 개설한 '성매매 예방 다짐 릴레이' 사이트(http://event06.cocas.co.kr)에 접속한 뒤 회사 혹은 단체 이름으로 이벤트 참여를 신청한다. 예를들자면 '○○기업' , '△△단체' 등이다. 그런 다음에 함께 송년회식을 하게 될 회원이나 동료로부터 성매매를 안하겠다는 '온라인 서명'을 받아야 한다.

서명은 회원이나 동료가 사이트에 방문해 자기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한 뒤 '성매매 안하기 약속' 버튼을 클릭하면 된다. 온라인 약속에 동참한 동료가 가장 많은 순서대로 1~3등과 참가상 수상자를 결정된다. 1등 1팀은 현금 100만원, 2등 2팀은 현금 50만원, 3등 3팀은 현금 20만원을 지급하고 참가상 10팀에는 10만원씩 지원한다. 참가상과 영화예매권, 외식상품권 경품도 마련됐다.

25일 현재 1190여개 팀이 이벤트에 참여했다. 1600여명이 온라인 약속에 동참한 팀이 1등을 달리고 있다.

정부 부처의 이런 파격적 발상에 대해 시민들과 네티즌들은 다양한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회식=성매매'인 세태가 오죽했으면 정부에서 이런 아이디어를 냈겠냐"며 여성부의 입장을 두둔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많았다.

회사원 김모(25)씨는 "돈으로 여자를 사지 말자고 하면서 돈으로 남자를 사고 있는 꼴"이라며 "여성부가 성매매의 주범"이라고 비난했다.

ID 'cocory'는 "성매매를 안하는 것이 당연하거늘 여성부가 앞장 서 회식비를 지급한다는 것은 성매매를 정당화 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네티즌 '쿨닉'은 "정부 예산을 아끼지 않고 연말마다 보도블럭 엎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며 "국민 세금으로 회식비를 지원한다는 것은 초등학생적 발상"이라고 개탄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이와관련, "연말인데 흥청망청 회식비나 지원하다니 그 돈으로 차라리 불우이웃돕기를 해라"고 비꼬았다.

ID 'kpaco'는 "여성을 위해 일할 전문가를 뽑아놨더니 기껏 내놓은 아이디어가 이정도인가"라고 반문했다.

ID nell을 쓰는 네티즌은 "남자들한테만 그럴게 아니라 역으로 여성매춘부들에게도 '직종을 바꾸시면 직업전환하시면 지원금 준다'고 해봐라 "고 말했다.

이벤트의 실효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한 네티즌은 "그 상금 받은 사람들 2차 안 가나 봅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직원 많은 큰 회사가 당연히 1등하는 것 아닌가" 라며 여성부의 선정방식에 회의를 표했다.

이에 여성부는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여성부 한 관계자는 "여느 연말 이벤트와 비슷한 수준에서 경품 대신 회식비를 지원하는 것 뿐"이라며 "상금을 받은 사람들이 기본적인 양심을 가지고 있는만큼 성매매 방지에 동참해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건전한 회식문화를 조성하자는 취지이고 시민들의 의식 개선을 목표로 한다"며 시민들의 비난에 대해서는 "이 돈으로 불우이웃돕기를 하라, 다른 건설적인 이벤트를 마련하라는 등의 의견은 단편적인 생각이며 그렇게 생각하면 어떤 이벤트도 진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지은.김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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