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 보인 「한솥밥 남북」/방원석 체육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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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분단 46년만에 이룩한 탁구단일팀을 통해 남·북한은 「하나가 된 한반도」를 되찾기 위한 어려운 시험을 신중하게 치르고 있다.
코리아팀이란 이름의 남북 단일팀은 일본 체재 사흘동안 양측이 나누어 제공한 옷을 번갈아 입고 한솥밥을 먹으며 불편없이 생활하고 있다. 오랜 분단이 당연히 형성함직한 감정적 벽이 이들 56명의 스포츠 지도자와 선수들 사이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북쪽선수들은 남쪽이 마련한 트레이닝복을 입고 땀을 흘리며 훈련에 몰두하고 있다.
남북 선수들은 북측 단장밑에 북측감독의 지시에 따라,북측 선수들은 남측 감독의 구령에 따라 남측훈련방식에 순응하면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
무엇보다 북측 선수단의 태도변화가 눈길을 끈다.
불과 1년전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때 까지만 해도 북측임원들은 남측에 대해 도전적·호전적이었고 선수들은 무표정하게 말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나가노(장야)의 북측 형제들은 전혀 다르다.
북측 임원들은 발언때마다 종래 성역시 해오던 제도와 체제를 민족의 이익속에 허물어 버리기 일쑤이고 선수들은 언제나 밝은 웃음을 잃지 않고 있다.
전같으면 접근조차 어렵게하던 「감시의 눈초리」도 완전히 사라진듯 하다.
조총련 관계자들도 남측 인사를 만나면 깎듯이 인사를 하며 접근하고 있다. 오히려 당황하고 쭈뼛쭈뼛하는 쪽은 남측 인사들이다.
같은 민족이 다른 체제로 나눠진지 반세기가 돼가는 동안 다소 생소한 언어와 이질적인 생활관습이 형성됐으나 다시만나 어울리는데 그리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다.
26일 저녁 민단·조총련 등 재일동포 주최로 국제호텔에서 베풀어진 만찬에서는 김형진 단장과 김창제 총감독이 손을 맞잡고 『울밑에 선 봉선화』를 합창,교포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러나 코리아란 깃발아래 모인 남과 북은 아직은 서로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며 외형상 예를 갖추고 있음을 부인키 어렵다. 꼬집어 지적하기 어렵지만 모두가 서로의 시선속에서 그 점을 읽고 있다.
『46년간의 벽을 순식간에 허물 정도로 남과 북은 하나가 됐는가. 북은 진정 변했는가』하는 끊임없는 자문과 의구심은 아무래도 북측의 현안인 북한­일본수교 협상의 진척,또는 그 결과라도 나온후에야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일본 나가노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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