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광역」본격 대결 채비/기초선거가 정국에 미칠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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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수서」수렁탈출 주도권 회복 박차 여/여 견제 동정심리 유발에 안간힘 야
민자당 출신과 친민자 무소속후보의 압승으로 끝난 시·군·구의회 선거의 결과는 앞으로 정국전개에 있어 여야 모두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6월까지 끝내야 하는 광역의회선거가 남아 있지만 이번 선거결과는 대야관계,당내 주도권 문제에서 의미있는 「선례」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
민자당 출신 후보의 우세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서울의 22개 구의회중 10개 구 정도에서 백중세 또는 「야대지배」의회가 될 것으로 점쳤으나 평민당은 한군데에서도 야대를 이룩하지 못했다.
호남 특히 전북에서 민자당 후보의 선전을 민자당은 상당히 확대해석하고 있다. 비록 마을대표를 뽑는 선거지만 평민당의 황색돌풍에만 익숙한 지역에서 민자당이 하부조직을 잠식한 것은 「전북 홀로서기」등 여러가지 파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거꾸로 평민당이 중앙정치에 비해 하부조직에 인재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봐야지 이를 황색바람의 퇴조로 해석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정치불신속에 민자당의 인기가 땅에 떨어졌다고 해도 다른 대체정당이 마땅치 않는 한 유권자들은 「덜 나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음을 보여주었다.
민자당은 이번 선거로 「수서」파문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정국주도권을 회복하는 계기를 삼을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4월 임시국회 운영,광역의회와 국회의원선거로 이어지는 정치일정을 주도적으로 장악해 나가려 할 것이다. 또 청와대의 정국관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도 예상된다.
민자당의 한 당직자는 『89년 중간평가 취소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고 5공청산 등에서 야당에 끌려가는 양상이 드러났는데 반해 이번에 노태우 대통령이 분리선거 강행·공명실천 등 자신의 구도대로 완료한 것은 6공의 정국운영에서는 처음이며 따라서 이것이 청와대의 정국주도에 입지를 확보해준 것으로 평가했다.
청와대와 민자당은 광역의회선거를 이번 선거의 재판으로 만들어 93년 2월 노대통령 퇴임까지의 정국관리와 장기 정국프로그램을 주도적으로 짜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물론 청와대의 소위 신주류의 구상에는 지자제선거에서 평민당으로 하여금 한계를 실감시켜 줌으로서 내각제 부활을 시도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대야 관계에 못지않게 주목을 끄는 것은 지자제가 양김씨(김영삼 대표,김대중 평민총재)의 대권 접근노력에 별다른 보탬이 되지 못했음이 드러난 점이다.
그동안 김대표의 민자당내 민주계는 지방의회선거를 통해 단계적으로 대권후계 구도에 접근할 수 있다는 구상을 그려왔으나 김대표의 위상강화보다 노대통령의 소위 「민주화실적」측면에서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민정계에선 지방의회선거가 끝나면 노대통령은 「양김대결 현실」에서 벗어나 정국운영의 폭이 넓어지고 후계구도의 선택이 다양해질 것이라는 주장을 펴왔는데 이번 선거결과는 민정계쪽 추측대로 된 셈이다.
특히 시·군·구의원의 상당수가 민정계 하부조직이라는 점은 김대표의 민주계로선 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노대통령의 위상강화는 금년 하반기 민주계가 추진하고 있는 후계구도의 조기가시화 구상에 차질을 줄 것이며 앞으로의 광역의회선거가 이번 선거를 답습한다면 평민당의 거듭된 「한계노출」로 정치권은 불가피하게 새로운 변화를 맞게될 것 같다. 그 변화는 야권의 재편과 내각제 시도 등 장기정국 설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지자제에서의 민자당 승리는 아직 「미완」이다. 정당이 직접 뛰어드는 광역의회선거가 이번 기초의회선거의 재판이 될지를 속단하기엔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민자당이 가장 경계하는 것이 기초의회선거 결과에 대한 반발심리다. 평민당이 민자당 승리에 대한 견제심리를 최대한 활용,야당바람을 일으켜 광역의회선거가 부진할 경우 현재의 승리는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평민당은 선거실패를 정부의 공안분위기 조성탓으로 돌리면서 여당견제와 동정심리 유발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수서사건에서 보았듯이 야당의 잘못이 여당의 더 큰 잘못에 묻힐 것이란 기대는 비현실적이다.
민자·평민 양당의 광역의회 선거분위기 선점경쟁은 이미 시작되었고 먼저 선거시기 결정문제로 충돌하고 있다.
6월까지 끝나도록 돼있는 광역의회 선거시기를 놓고 주도권을 잡은 민자당은 5월과 6월 중순 양쪽을 저울질하고 있다.
5월 실시는 기초선거의 승리 여세를 바로 광역선거에 연결시켜 야권의 정치공세 및 선거준비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6월 하순을 주장하는 평민당의 거센반발과 여당 견제심리가 강하게 표출된다는 단점이 있다는 것이다.
서울·5개 직할시·도의회 선거(광역) 결과가 정치권변화의 결정적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광역의회 선거에서 우세를 차지하기 위해 당간의 치열한 경쟁이 일찍부터 시작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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