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특활」입시에 밀려 "찬밥신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흔히 학교 교육하면 국어·영어·수학 등 교과목을 배우고 익히는「교과활동」만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그것이 학교교육의 전부는 아니다. 학교교육은 교과활동과 함께「특별활동」이라는 또 하나의 수레바퀴가 있어야만 완전한 모습이 된다. 학교교육은 장래의 생활에 대비한 쓸모 있는 지식·기능이나 자격의 획득과 관련된「수단적 목표」(교과활동)와 도덕성·연대감이나 집단의식·인성계발 등「자기 실현 적 목표」(특별활동)를 동시에 추구해 나가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반쪽 짜리 인간을 길러 내는 결과를 낳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학교 교육은 대인이라는 무거운 짐에 짓눌려 있다.
◇특별활동=특별활동은 ▲학급활동 ▲클럽활동 ▲학생회 활동 ▲학교행사의 4개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학급활동과 학생회 활동은 학급 및 학교의 일을 자주적으로 계획하고 운영케 함으로써 민주시민으로서의 권리와 책임을 깨닫게 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절차를 경험케 하는 등 사회성을 쌓는 것이 목표라 할 수 있다. 클럽활동은 취미와 관심이 있는 분야의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소질과 적성을 계발하고 풍부한 정서생활을 통한 심신의 조화로운 발달을 도모하는 역할을 한다.
학교행사는 집단 구성원으로서의 연대의식을 함양하고 사기를 앙양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현재 교육과정에는 초·중·고교 각각 12단위(1단위는 주1시간씩 한 학기 동안 수업하는 양)의 학급활동 및 클럽활동을 하도록 명시되어 있으며 학생회활동과 학교행사는 교장이 학교 형편에 따라 재량 껏 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주 2시간 학급활동 및 클럽활동을 갖고 있으며 일부 학교에서는 효율적인 교육을 위해 한 달에 한번, 또는 격주에 한번씩 시간을 한데 몰아 집중적으로 특활시간을 갖고 있기도 하다.
교육부의 함수곤 교육과정 담당관은『학교교육의 목표를 자아실현·생활에의 적응·민주적 생활태도 배양 등으로 규정할 때 특별활동이 갖는 중요성은 교과활동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태=특별활동이 이처럼 교육적으로 큰 의미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 일선 학교에서는 인식부족이나 여건미비 등의 이유로 시간 때우기 식 운영에 그치는 수가 많다.
특히 중·고교의 경우 상급학교 진학준비교육에 매달리다 보니 특별활동을 푸대접, 그 운영이 극도로 부실한 곳이 많은 실정이다.
전교조 신문 최근호는『전국 대부분의 중·고교가 특활 본래의 목적을 망각한 채 클럽 활동 반을 영어반·수학반·과학반 등 교과수업의 연장으로 편성하거나, 학생들의 희망·교사들의 지도능력과 관계없이 형식적으로 구성·운영하고 있으며, 특히 중3·고3의 경우 특활시간을 보충수업 보장·자율학습으로 대체하고 있다』며『특별활동의 정상화가 시급하다』 고 지적하고 있다.
또 교육부도 최근 전국 시도교위 장학담당 장학관 회의에서『많은 학교가 시간표를 내부용과 외부용 2중으로 만들어 놓고 특활시간 등을 입시과목 수업으로 전용하고 있다』고 밝히고 이 같은 변태적 수업행위를 엄중 단속토록 지시한바 있다.
특별활동 시범학교 가운데 하나인 서울 면목고의 정기방 교감은『국민학교와 일부 전통 있는 사학을 제외한 대부분의 학교에서 특별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며 그 이유를 ▲학교시설이나 교사의 지도능력·재정적인 뒷받침이 미흡하고 ▲학교관리자·교사·학생·학부모 모두 특별활동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가 낮으며 ▲특별활동 교육의 지도방법 및 지도기술 개발에 대한 노력이 미흡한 것 등으로 요약했다.
정 교감은『당장 획기적인 운영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최소한 특별활동에 대한 평가를 내신 성적에 반영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면 상당히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체로 특별활동이 활발한 편인 국민학교의 경우도 최근 들어서는 학부모 및 학생들이 클럽활동반의 실리적인 측면을 중시, 영어회화 반·컴퓨터 반·과학반 등을 선호하고 봉사활동 반·육상반등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 학교측이 반 편성에 애를 먹는 등 전인교육 차원의 클럽활동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외국의 예=일본의 경우 국가수준 교육과정의 구조를 ▲교과활동 ▲특별활동 ▲도덕의 3영역으로 명시하고 초·중·고 모두 특별활동을 학기 당 35∼70시간씩 갖도록 하고 있다. 대인준비를 해야 하는 고교에서도 주2시간 이상의 학급회활동과 특별활동이 필수로 설정되어 있다.
미국에서도 특별활동이 엑스트라커리큘러·코커리큘러·엑스트라클래스 등으로 분류돼 홈룸활동·생도 회·클럽활동·운동경기 회·캠프·축제행사·안전교육·다른 학교와의 교류행사등 세부적인 영역을 거느리고 있다. 대학 진학 시 고교에서의 학과성적·적성검사 성적은 물론 특별활동에서의 실적이 대단히 중시되고 있다.
명문 하버드대 의과대를 지원한 한 한국 교포학생이 학과성적 올A에도 불구, 고교시절 헌혈 등 아무런 봉사활동의 흔적이 없어「장차 의사로서의 소양부족」을 이유로 입학을 거절당한 유명한 사례도 있다. <김동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