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들려준 꿈과 한 담아 봤죠"|시집『한라의 저녁…』펴낸 손종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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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한라산 정상의 흰 눈과 산자락들의 노란 유채가 조화돼 육지 손님들을 부르는 계절, 시인 손종호씨(42)가 제주도에 대해 쓴 시52편을 모은 시집『한라의 저녁 마라도의 새벽』을 펴냈다(청하간).
자신은 충남대 국문과 교수로 있으면서 제주대 교수로 재직하던 아내를 찾아 제주도에서 「방학부부」생활을 5년간 했다는 손씨. 아내에 대한 그리움으로, 또 빼어난 풍광으로 처음에는 낭만과 그리움의 섬으로만 보이던 제주도가 드나드는 횟수가 잦아질수록 차츰 그 내면의 혼과 역사의 상처를 드러내 그것을 시화했다고 그는 말한다. 때문에 이 시집은 제주도가 육지 시인에게 들려준 제주도의 꿈과 한의 이야기랄 수 있다.
『잠녀에게「이어도가 실제로 있느냐」고 물었더니 화를 내더군요. 그들의 가슴속에는 삶과 죽음, 그리고 그리움의 상징으로서 이어도가 존재하듯이 그들의 뚜렷한 문화가 존재합니다. 제주도는 단순한 신혼 여행지가 아니라 원주민들의 굳건한 삶과 문화가 숨쉬는 공간입니다. 인간의 원초적 정신인 신화가 원형질로 남은 공간이 제주임을 알고 지난 5년간 그곳을 찾으려 했습니다』 시는 뿌리는 당에 두고 가지는 하늘을 향하는 나무와 같이 현실과 꿈을 동시에 드러내야 하는데 요즘 시는 따로따로 놀고 있어 안타깝다는 그는 제주의 신화적 공간이 자신의 시를 현실과 꿈, 자연과 역사를 함께 확보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줬다 한다. 7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안개」가 당선, 문단에 나온 손씨는 시집『그대의 벽지』를 펴낸바 있다.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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