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 중상층지역 지자제 무관심/후보 등록 없는곳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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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뭐가 부러워 나가느냐” 말려/추천서 받으러가 포기도/“주민자치 저해” 지적
지방의회의원 선거가 본격화되면서 일부 지역에서 금품·향응제공과 호별방문 등으로 타락·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서울·부산·대구 등 대도시 중산층 이상 밀집지역에서는 지자제를 외면,단 한명의 후보자도 아직 등록하지 않고 있다.
후보등록 시작 3일이 지난 11일 오전 현재 등록자가 없는 곳은 서울의 삼성·개포동 등 강남을구지역과 논현·여의도·연희동,부산의 광복·남포·수영·광안1∼2동·남천1∼2동,대구의 봉덕2동·범어4동 등으로 모두 신흥아파트 밀집지역이거나 부유층이 사는 동네라는게 공통점.
이 지역들은 아직 입후보를 위한 추천서 작성등의 움직임도 없어 「지자제 무풍지대」를 연상케하고 있으며 민자·평민당 등 정당관계자들만이 입후보자를 내세우기 위해 설득작업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대부분 폐쇄적인 아파트·빌라·고급주택에 거주하며 고학력에 중상류층 생활을 하는 주민들의 개인·이기주의에 따른 지역사회에 대한 무관심·참여의식 부족을 나타낸 것으로 과열·타락선거와는 또다른 의미에서 지자제정착을 저해하는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인구 26만7천여명에 유권자가 16만여명인 강남을구지역은 삼성1∼2동,대치1∼4동,개포1∼4동,세곡동,일원동 등 12개동에서 19명의 지방의회의원을 뽑도록 되어있으나 10일 현재 30여명만이 추천서를 받아갔을 뿐 후보등록자가 전혀 없다.
특히 여의도동,강남갑·을의 일부동에서는 후보추천서 교부는 물론 선거공고일전의 입후보 예정자 설명회에도 참석한 사람이 한명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출마의사를 갖고 7일의 입후보 예정자 설명회에 참석했었다는 장모씨(51·상업·개포2동)는 『추천을 받기 위해 친지 10여명을 만나보니 한결같이 「뭐가 부러워 졸부들이나 탐내는 자리를 하려고 하느냐」고 핀잔을 줘 출마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같이 가라앉은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차기대권과 관련해 이들 지역을 무시할 수 없는 민자·평민당은 당선이 유력한 인물들을 영입,출마를 설득하느라 분주하다.
민자당 강남을 지구당의 한 간부는 『수서사건 이후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고조돼 지방의회의원에 출마하려는 사람이 거의 없어 각 동마다 2∼3명의 유지들을 상대로 입후보를 종용하고 있으나 여의치않다』고 밝히고 『평민당측도 이 때문에 고민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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