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중국 사기조직의 표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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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최근 전국을 무대로 기승을 부린 '전화 사기극'은 중국계 범죄조직의 범행일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14일 서울 강남에서 정모(52)씨를 상대로 발생한 가짜 납치 협박사건에 가담한 혐의(공갈협박)로 후모(30)씨 등 대만인 3명을 검거, 18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본지 12월 18일자 10면>

후씨 등은 한국 측 공범 장모(40.여행사 직원.불구속 입건)씨에게서 차명계좌 통장을 받아 가짜 납치 협박을 통해 입금된 현금 280만원을 인출한 혐의다. 후씨 등은 경찰에서 "10월 중국에서 우연히 알게 된 대만인 A씨의 부탁을 받고 한국에서 장씨에게 통장을 받은 뒤 A씨의 지시에 따라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꺼냈다"고 진술했다.

수사 관계자는 "14일 사건 당시 피해자 정씨에게 걸려온 전화의 발신지는 중국이었다"며 "중국에 체류 중인 A씨가 한국말에 능통한 공범을 시켜 협박전화를 건 뒤 한국에 있는 조직원을 시켜 돈을 빼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계 범죄조직의 진출=경찰은 이번 범행에 사용된 차명계좌 중 일부가 최근 국세청 및 건강보험공단 직원을 사칭해 돈을 빼 가는 세금.건강보험료 환급 사기에 이용된 사실을 확인, 두 사건의 관련성을 캐고 있다.

지난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세금.건강보험료 환급 사기극을 벌인 혐의로 홍콩 폭력조직 '삼합회'의 하부 조직인 '신의안파' 소속 조직원 H씨(52) 등 중국인 4명을 구속했다. 당시 H씨 등은 위조여권을 사용해 시중 7개 은행에 가.차명 계좌를 개설했다. 경찰은 두 사건 모두 중국계 외국인의 범행이란 점을 주목하고 있다. 범행 수법도 비슷하다.

당시 중국인들은 자동응답전화(ARS)를 통해 "세금고지서가 잘못돼 돈을 돌려준다"는 식으로 무작위 전화를 걸었다. 이번 대만인들도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당신 아들이 납치됐다"고 속였다.

경찰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은행에 위조여권을 가져가도 별다른 확인 절차 없이 통장을 개설해 주고 현금인출 한도도 높아 이 같은 국제 범죄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권근영.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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