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적응 못해 불안·초조…|고민하는 학생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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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신학기를 맞아 모든 것이 달라진 환경과 과도한 성적 경쟁에 적응하지 못해 고민하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예년의 경우처럼 4∼5월이 되면 청소년 상담 창구에는 새 친구 사귀기나 성적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결하지 못해 불안·초조·우울증 등의 정서불안을 호소하는 중-고교생들이 급증하고 있다. 더구나 심각한 경우엔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오락실 출입·음주·흡연 등 탈선의 길로 들어서거나 심지어 등교를 거부하는 예까지 있다.
청소년 문제 전문가들은『이런 문제들은 대개 새 학기에 직면하는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한 청소년들이 좌절·포기함으로써 발생한다』고 설명하고 신학기를 맞는 부모들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상급학교에 진학하거나 한 학년씩 높아진 중·고교생들이 신학기를 맞아 고민하는 문제는 친구 사귀기와 학업 성적 등.
단짝친구들과 헤어지면서 새로운 친구들로부터 소외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다른 친구들이 다 자신보다 뛰어난 것 같은 두려움, 친구보다 잘해야 할텐데 하는 경쟁심동이 복합돼 큰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이다. 게다가『너는 이제 고3이야』『신학기부터는 옆집친구를 이겨야 돼』라는 부모의 말들은 더욱 부담을 가중시켜 초조·불안·강박감 등을 느끼게 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S중학교 김 모군(13·서울 서초동)은『중학생이 된다는 기쁨보다는 낯선 친구들과 잘 사귈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국민학교에서 담임선생님에게 모든 과목을 배우다 한꺼번에 10명 이상의 선생님을 만난다고 생각하니 두려움이 생긴다』며『입학 며칠 전부터 잠이 잘 오지 않는다』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고교생의 경우엔 지옥과 같은 대입경쟁 대열에 들어섰다는 압박감과 뒤떨어진 성적으로 아예 자포자기해 학교를 그만둘 것을 고집하는 예도 있다. S고등학교 A군이 바로 이 같은 케이스. A군은 중학교 때 반에서 5등 정도 하던 성적이 지난해 고교진학 후 20등 이하로 뚝 떨어지자 2학년으로 진학해야 하는 새 학기부터 등교를 거부했다.
한편 집안형편이나 부모의 고집·성적부진 등 타의에 의해 실업계 고교에 진학한 청소년의 경우 긍지를 느끼지 못하고 의욕을 잃어 갈등하는 경우가 많다. 동양공고 용무정 교사는 『반에서 4분의 1정도는 얼굴이 밝지 못하며 이를 잘 극복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싸움이나 결석·오락실 출입 등을 하다 한 두 달 후 학교를 그만두는 경우가 한 학급에 1∼2명씩은 꼭 생긴다』며 이런 현상은 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용 청소년 상담연구소장은『모든 환경이 변화하는 것 그 자체가 청소년들에게는 스트레스며 특히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관계, 나약해진 청소년들의 심성 등 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압박감을 크게 느끼게 된다』고 분석하고 이를 위해선 부모가 청소년들의 고민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함께 극복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또 서울청소년 지도 육성회 이규미 상담실장은 청소년들이 느끼는 이 같은 부 적응의 문제를 꼭 부정적으로만 볼게 아니라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자신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는 것도 중요하다고 충고한다. 또 지나친 기대나 부담스런 격려보다는 신학기도 「학업 생활의 연장일 뿐」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며 말없이 지켜보거나 적당히 격려하는 게 청소년들의 고민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문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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