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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 인기작가] 12. 김향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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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동화작가 김향이(52.사진)씨는 착하다. MBC의 '!느낌표'가 선정한 도서라 더 유명해졌지만, 1994년 당시 신예에 가까웠던 김씨에게 삼성문학상을 안겨준 작품 '달님은 알지요'(비룡소)에서 그런 품성을 감추질 못한다.

무당집 손녀 송화와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 동화에는 악한 사람이 없다. 주정뱅이 영분이의 아버지도 원래는 좋은 사람이었는데 상황이 그렇게 만들었을 뿐이다. 또 동화 뒷부분에선 멀리 떠났다던 송화의 아버지가 송화를 찾으러 오는 등 등장인물을 모두 행복하게 해주려고 작정한 듯하다.

이 대목에 대해 김씨는 "내 성격이 원래 그렇다"며 "세상에 팍팍한 일은 많지만 그런 사연을 적나라하게 묘사해가며 아이들의 희망을 꺾고 싶지 않다"고 설명한다.

신작에서도 예의 따스한 시선은 그대로 유지된다. 자기의 이름조차 몰라 놀림을 받던 잡초가 사람의 무릎을 고치는 약효가 탁월하다는 사실을 알게 돼 행복해 한다는 '나는 쇠무릎이야'(푸른책들), 비실비실한 새끼 개 무녀리가 세탁소로 보내지자 세탁소 앞에 뼈다귀며 먹을 것을 매일 갖다 놓는다는 엄마개 개순이 이야기를 담은 '무녀리네 엄마 개순이' (두산동아). 두 권의 동화집에서도 작가는 풀 한포기, 개 한마리에서도 사랑을 발견하고 존재의 의미를 부여한다. 이 동화집들에는 다리 다친 비둘기를 돌보는 구멍가게 할머니('비둘기 구구'), "내래 새가 되면 됴캇어. 훨훨 날아서 고향 딥에도 가보고…"라고 말하는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손자손녀들('할미새')이 등장한다. 여느 동화 같으면 다친 비둘기를 모른 체하는 인정없는 사람들이나 아픈 할머니와 아이들의 갈등을 다뤘음직한데, 동화 속 사람들은 미움이나 갈등 따위는 모르는 듯하다.

그의 작품은 자연의 묘사가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 있다. 전북 임실에서 태어나 열살에 서울로 왔다는 작가는 옛 놀이며 자연풍광을 고스란히 기억해낸다. 칡꽃과 방아꽃의 냄새도 상기시키고, 귓가를 간지럽히던 시냇물 소리도 들려준다. 거의 모든 연령대의 독자가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까닭도 이처럼 향수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작품의 성격을 굳이 규정하자면 '선한 사람들이 나오는 아름다운 자연 동화'라고나 할까. 때문에 각박한 현실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작가는 다른 부분에서 사실성을 살린다. 비둘기를 돌보는 할머니도 실제로 한 고궁 근처 가판대를 지키는 할머니를 모델로 한 것이고, '달님은…'의 송화에게는 작가 자신의 어린시절을 투영시켰다.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것이면 쓰지 않는다는 것이 지론이다. 또 사투리를 사용하는 인물을 등장시킬 때는 그 지역 출신을 찾아 교정을 맡길 정도로 완벽을 기한다고 한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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