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헤드헌터 장성현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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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회사 중역을 구해 드립니다.』
전문경영인을 외부에서 스카웃 한다는 것은 아직 우리 기업 풍토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다.
설사 스카웃 한다고 해도 주위 인맥을 통해 알음알음으로 진행하지 외부기관에 의뢰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등 이미 오너의 존재가 약해지고 전문경영인제도가 정착된 곳에서는 심지어 그룹의 회장까지도 전문인력수급업체로부터 소개받는 일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회사에서 필요한 인력을 찾아 소개해주는 직업인 헤드 헌터(Head Hunter). 국내에서는 최근에 생긴 새로운 직종으로 서서히 수요가 늘고있다.
S.H.Jang & Associates 대표인 장성현씨(52)는 7년 전 국내에 헤드헌터업을 처음으로 도입한 장본인이다.
장씨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헤드헌터로 비교적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사람은 6명 정도.
주로 국내에 합작회사나 지사 등의 형태로 진출하는 외국회사들의 의뢰를 받고 한국인중역을 구해주는 게 대부분이다.
『능력 있는 사람은 많지만 적재적소에 필요한 사람을 찾기는 정말 힘듭니다.
특히 외국회사가 주고객이다 보니 경영능력뿐 아니라 언어실력과 국제적인 감각까지 겸비한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고객이 요구하는 까다로운 조건을 갖춘 인물을 찾는 것도 힘들지만 일의 성격상 상당기간 비밀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한 건을 성사시키는데 최소한 3개월에서 6개월은 걸린다.
『1년에 20여건 정도씩 지금까지 1백여명을 성사시켰는데 절반이 사장·부사장·지점장급이며 나머지는 전문기술직이었습니다.』
일이 성사되면 첫해 연봉의 20∼30%의 수수료를 의뢰인으로부터 받는데 요즘에는 연봉수준이 억대를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헤드헌터는 가용능력을 총 동원해 자료수집을 완벽히 해야할 뿐 아니라 사람을 판단하는 식견이 뛰어나야 합니다.』
또 의뢰회사의 재무구조·발전성·인적구성 등을 전부 파악해야만 제대로 연결시킬 수 있다.
장씨는 이미 국내기업중역 수 천명의 신상명세를 전부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헤드헌터를 하다보니 겪는 어려움도 많다.
『한번은 고용계약서까지 다 체결했는데 현재 회사의 사장이 놓아주지 않아 성사되지 못한 적이 있습니다. 「사장이 안 놓아줘서 못 간다」는 한국적인 상황을 의뢰인에게 이해시키느라 아주 혼났습니다.』
장씨는 미국에서 경영학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국내의 외국인회사에서 18년 동안 근무한 경험과 동시에 13년간 대학강단에도 섰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84년 독립, 헤드헌터업에 뛰어들었다.
기업이 성공하려면 우선 사람을 잘 써야한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손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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