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서정 율동적으로 표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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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심상을 통해 본 자연을 음악적 율동과 향토적 정서로 표현해온 이세득 화백(70)의 대규모작품전이 7일부터 31일까지 호암갤러리에서 열린다.
이 전시회에는 이 화백의 40년대 초기작으로부터 최근작에 이르기까지 시대별 대표작 1백여점이 출품됨으로써 그의 화업 반세기를 결산하는 회고전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는 이 전시회를 위해 l년 전부터 특별히 준비해온 10×3m의 초대형 작품을 비롯해 신작 40여점을 마련했다.
이 화백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체험하고 그 이미지를 율동적 구성과 투명한 색채로 담아온 비구상작가다.
그의 작품은 순수한 상상력의 소산인 차가운 추상과는 달리 바탕에는 자연의 따뜻한 서정이 깔려있다.
화면 위에 떠있는 듯 얼룩지고 변져 나간 색면 색점들은 작가가 자연과의 교감에서 얻어낸 심상의 투영이다.
일정한 틀과 형태를 벗어난 다채로운 화면구성은 율동적이고 역동적인 리듬을 보인다.
색돌이나 자연을 연상케하는 색채들은 작가에 의해 분해되고 재구성되면서 차분한 향토성을 드러낸다.
이 화백은 구상에서 출발해 비구상회화에 도달한 작가다. 그의 이 같은 전환은 파리유학에서 돌아온 62년께부터 이뤄졌다.
그러나 그는 전후 미니멀리즘 등 거센 시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독자적인 회화세계를 오늘날까지 일관되게 추구해 왔다. 동세대작가중 어느 맥에도 속하지 않는 소위 「중간지대」의 작가였다.
이 화백은 특히 일반회화 뿐 아니라 벽화·태피스트리·디자인 등 여러 장르의 조형세계에도 선각자적 작업을 보여 작품들이 여러 공공건물에 남아있다.
이 화백은 해방전 동경제국미술학교를 나와 60년대에 국전심사위원과 초대작가를 역임했으며 75년 이후 운영위원을 맡아왔다.
그의 작품은 외국의 상파울루 현대미술관·동경 근대미술관·덴버미술관 등과 국내의 국립현대미술관·호암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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