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이라크 철군안 거부/친이라크 아랍국들 발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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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주제넘은 월권행위” 비난
이라크 혁명평의회(RCC)가 지난 15일 밝힌 조건부 철군안에 대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즉각적인 거부성명은 요르단을 중심으로한 친이라크 아랍국가들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친이라크 아랍국들은 부시 대통령에게 이라크의 제의를 거부할 「자격」이 없다고 전제,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측 제안거부는 「주제넘은 월권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당초 유엔안보리 결의문 678호에서 적법성과 정당성을 확보,전쟁을 시작했다.
친이라크 아랍국들은 걸프전쟁이 유엔안보리 결의에서부터 출발했고 「쿠웨이트로부터 이라크군의 무조건적인 철군」을 규정한 유엔안보리 결의 660호를 이라크가 일단 받아들이기로 한 이상 모든 논의는 유엔안보리에서 이루어지고 또 여기서 결론이 내려져야 마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유엔안보리만이 이라크안에 대해 판단과 결정을 내릴 권한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친이라크 아랍인들은 먼저 유엔안보리를 소집하고 여기에서 이라크의 제안을 공개적으로 토론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요르단·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등 아랍국가들은 이와 함께 「이라크의 제안은 조건이 붙어 있어 유엔안보리 결의 660호의 정신에 배치된다」는 서방국가들의 견해도 비판한다.
즉 이라크의 「연계안」은 결코 「조건」일 수 없다는 얘기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첫째,이라크가 자국에 불리하게 채택된 모든 유엔결의문의 일괄백지화를 요구한 것은 이 일련의 유엔결의안의 원인이 됐던 「이라크의 유엔안보리 결의 660호 거부」가 사실상 번복됐기 대문에 「원인제거후 사후조치 무효화」차원에서 정당한 요구라는 것이다.
따라서 비록 이라크가 무효화를 주장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들 결의안은 자동적으로 법적·정치적 중요성을 잃게 된다는 주장이다.
둘째,걸프지역으로부터 다국적군의 철군을 요구한 것은 이라크가 쿠웨이트로부터 철군한다는 원칙에 합의했기 때문에 당연히 이루어져야할 논리적인 귀결점이지 결코 조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라크가 내건 연계안은 결코 「조건」이 아니라 중동평화를 이룩하기 위한 「불가결한 지침」이라는 주장이다.
신이라크계열 아랍국가들은 이와 같은 주장은 이란,특히 소련정부로부터 즉각적인 호응을 받고 있어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이를 언제까지나 묵살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암만=진세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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