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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드라마 '열아홉 순정' 깜찍이 며느리 이윤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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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런 '깜찍이' 며느리만 있다면 세상에 고부갈등이란 말은 사라지리라. 실수를 저질러 놓고도 "아이~어머니"하고 안기기부터 하니 아무리 얼음장 시어머니라도 이 귀염둥이를 어찌 마다할 수 있을까. 시어머니는 "미쳐, 미쳐"라고 하면서도 어느새 며느리의 엉뚱한 애교에 헛웃음을 지을밖에.

KBS1-TV의 일일 드라마 '열아홉 순정'을 통해 백만인의 며느리가 된 탤런트 이윤지(23). 부잣집 딸로 명품만 알고 철없이 살다가 우경(이민우 분)이라는 건실한 청년과 연애하고 결혼한 윤정이라는 인물이 이윤지가 맡은 역할. 할아버지와 시부모님을 모시는 대가족에 시집와 엉뚱한 사고를 치고 있는 윤정은 '열아홉 순정'의 주된 인기 요인이다.

한복을 차려입고, 우경에게 "나 잡아봐요"라며 비탈길을 내달리다 넘어지질 않나, 시집 와서는 고추장으로 김치를 담가 놓는 등 사고뭉치처럼 그려지지만 대가족을 끈끈하게 연결하는 고리 같은 인물. 시아버지에게는 "아빠라고 부르면 안 되나요"라고 물어 가족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동네 아줌마들과 막걸리를 마시다 술주정을 부리는 귀여운 말썽꾸러기다.

"실제로는 오빠와 저 둘 뿐인데요. 귀여운 막내가 아니라 무뚝뚝한 편이거든요. 애교 부리니까 이렇게 살기가 편한데 왜 진작 안 그랬나 모르겠어요."

이윤지는 신세대 며느리 윤정 역을 맡고난 뒤 자신의 성격마저 바뀌었다며 "호호" 웃었다. 극중 윤정이 부리는 애교를 '교본'처럼 적어놓고 자신도 실생활에서 써먹어 보려고 노력 중이란다. "애교도 피워 보니까 타고나는 게 아니라 연습이더라고요"라며 웃는 눈매가 어느새 반달이 됐다.

이전부터도 남성팬보다 여성팬이 많았다는 그는 "이번 작품 때문에 아주머니.아저씨 팬들이 갑자기 확 늘어난 게 느껴져요"라며 "제 싸이월드에도 그 분들이 남긴 방명록 글이 상당수"라고 했다. "우리 애기 아빠가 윤지씨 팬"이라는 아주머니부터 "윤정이 같은 며느리 데리고 오라고 집에서 난리"라는 총각까지 이윤지의 팬은 폭이 넓다. "여자들이 여자를 보는 눈이 더 정확하겠죠? 남성팬들의 열광적인 지지가 없어 살짝 실망스럽긴 하지만 많은 사랑을 받으니 기뻐요."

MBC-TV 드라마 '궁'의 현명한 혜명공주로 확실히 얼굴 도장을 찍은 이윤지는 데뷔 3년차 배우. 그동안 '논스톱 4'의 발랄한 여대생, '한강수타령'의 귀여운 조카딸, '자매바다'에서 야심에 찬 여대생 기생 등을 연기했다. 아침 드라마 '자매바다'를 빼고는 주인공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학교(중앙대 연극영화과)도 잠시 쉬면서 열심히 연기했는데, 주인공 자리를 꿰차고 인기를 독차지하고 싶지는 않았을까.

그러나 그는 "하늘을 치려면 벌써 쳤어야하지 않을까요. 스스로 생각해도 무언가를 빨리 이뤄내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아요"라며 벼락스타는 체질에 안 맞는다고 손사래부터 친다. "한가지씩 차근차근 갈래요. 이번에 어머니로 나온 윤여정 선생님과 언니로 나오는 윤유선 선배님들을 보면서 배운 게 많아요"라고 했다. 중앙대학교 선배이자 상대역인 이민우는 아역 출신인지라 연기 경력만도 27년. 이런 베테랑들을 보면서 이윤지는 "학교는 아니지만 지난 반년 동안 학교 다니는 느낌으로 드라마를 찍고 있다"고 했다. 중견 연기자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자신의 리액션 연기를 고쳐나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내년 초 '열아홉 순정'이 끝나면 이윤지는 다시 학생이 된다. 그는 "교수님들이 연기 활동한다고 절대 안 봐주시거든요. 그것만큼은 윤정이 애교도 통하지 않을 걸요. 어쩌면 계절학기부터 들어야할지 몰라요"라며 "늦게 가더라도 조바심 내지 않고 연기 폭을 넓혀가고 싶다"고 샛별같은 눈을 반짝였다.

글=홍수현 기자<shinna@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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