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땅 보상금 5조 풀리는 영종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578만 평 규모의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지구(인천시 중구 영종면 중산.운남.운서동 일대)에 대한 토지보상이 눈앞에 닥치면서 영종 섬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이곳엔 15일부터 내년 3월까지 모두 5조여원의 보상금이 한꺼번에 풀린다. 5300여 명의 지주에게 돌아갈 보상금은 충남 연기군의 행정중심복합도시(4조6000억원)를 넘어서는 규모다. 이 돈을 좇아 증권.은행.보험회사 등이 잇따라 몰려드는가 하면 인근 섬들의 땅값도 덩달아 춤추고 있다.

이찬식 인천대 교수는 "보상은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되는 만큼 공정한 감정을 통해 적절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 인근 섬들도 들썩=토지공사에 따르면 주민들은 가구당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의 보상금을 받게 된다. 현재 공시지가로 따져도 대지의 경우 평당 100만원을 훨씬 웃돌기 때문이다. 이 바람에 올 들어 인근 시도.신도.모도.장봉도 등 섬들의 땅값도 뛰었다. 보상받을 주민들이 미리 대출을 받아 가까운 섬 등에 대체 토지 구입 등 투자를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영종도에서 여객선으로 10분 거리인 시도의 경우, 도로변 밭은 평당 100만원, 대지는 200만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신모(42)씨는 "영종도에서는 올해 초 평당 100만원을 호가하던 도로변 농지도 150만원까지 올랐지만 매물이 없다"고 말했다. 보상금에 대한 기대심리로 영종도 내 상가는 불경기를 모른다. 공항신도시에서 만난 한 주민은 "적어도 먹고 마시는 업종은 호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 보상 불만 가스통 시위도=한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주민들의 시위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일부 주민은 107m 높이의 영종대교 주탑에 올라가 '이주 및 생계택지 확대' 등을 요구하며 고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4일에는 토지주 4명이 가스통.농약병을 들고 보상사업소 사무실을 점거하기도 했다.

영종지구 보상은 당초 내년 4월부터로 예정됐지만 주민들 시위로 연내로 앞당겨졌다. '연내 보상' 요구는 지금까지 비과세였던 토지 보상금에 대해서도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내년부터는 양도세(60%)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인천=정기환 기자

◆ 영종지구=송도.청라 등 인천경제자유구역의 3개 지구 중 하나로 인천공항과 연계, 항공.물류 산업단지를 중점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국제 비지니스단지 개발 사업이다. 전체 578만 평에 국제업무지구, 주거지구, 상업시설, 관광레저단지 등을 1단계(2003~2011년)와 2단계(2012~2020년)로 나눠 개발한다. 개발이 완료되면 12만 명, 4만5000가구가 거주하는 자족 신도시로 바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