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이 날씬해진다 WSJ 가로 폭 7.5㎝ 줄여 … NYT도 동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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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고든 그로비츠 월스트리트저널 발행인이 4일 내년 1월 2일부터 선보일 새로운 크기의 판형을 소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신문판형을 줄이고 그래픽과 컬러 등 시각적인 측면을 강화하는 등 독자 친화적인 신문을 만들 예정이다. [AP]

신문이 작아지고 있다. 세계신문협회(WAN)에 따르면 영국의 진보지 가디언을 비롯, 2005년에만 세계적으로 28개 신문이 판형을 줄였다. 2001년부터 지난 6월까지 따져도 85개의 신문이 지면 크기를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 워싱턴포스트와 USA 투데이 등 미국의 주요 신문도 지면을 작게 하는 등 '판형 축소'는 신문업계의 대세로 여겨졌다. 뉴욕 타임스도 2007년 8월 판형을 줄일 계획이다. 미국의 경제전문지이자 발행부수 2위인 월스트리트저널도 이런 흐름에 본격적으로 몸을 실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유럽판과 아시아판을 타블로이드로 축소했다.

◆어떻게 달라지나=월스트리트저널은 4일 기자회견을 갖고 2007년 1월2일부터 가로 폭을 3인치(7.5센티미터) 줄인 새로운 지면을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새 판형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줄어든 가로 폭이다. 기존 6단에서 한 단을 없애면서 15인치(37.5센티미터)에서 12인치(30센티미터)가 됐다. 세로 길이(22.75인치)에는 변화가 없다. 컬러와 그래픽을 더 넣는 등 시각적 측면도 강화할 계획이다. 스토리는 짧아진다.

1면의 모습은 현재의 1면과 전반적으로 비슷하다. 하지만 가로 폭이 줄어들면서 1면 왼쪽 한단을 차지하고 아래로 흐르던 뉴스 기사가 사라졌다. 대신 뉴스를 요약해 소개하는 2단짜리 박스(What's news)가 왼쪽으로 전진배치된다. 지난 9월부터 1면 오른쪽 하단에 '보석상자'라고 일컬어지는 광고가 실리고 판형이 작아져 지면 공간이 좁아지면서 1면에는 3~4개의 기사만이 실린다.

◆종이·온라인 역할 나뉘나=판형 축소는 종이 신문과 온라인 신문의 역할 분담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지면이 날씬해지면서 뉴스를 다룰 수 있는 공간은 10% 줄어든다. 폴 스테이거 편집국장은 "제공하는 정보량은 줄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면을 하거나 신문에 게재되는 금융정보나 주식시세표 등 각종 통계자료를 웹사이트로 옮겨 뉴스를 위한 지면을 확보하겠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월스트리트저널은 웹사이트에 '시장정보센터'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다루는 기사의 성격도 달라질 전망이다. 스테이거 편집국장은 "종이 신문은 어제 일어난 사건을 보도하는 것보다는 특종과 해설 기사에 치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속보성 뉴스는 온라인 신문을 통해 신속하게 전달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고든 그로비츠 발행인 겸 다우존스 부사장은 "(이 같은 서비스를 통해) 독자들이 하루종일 신문과 웹사이트를 이용하기를 기대한다"며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젊은 독자는 작은 판형에 열광"=지면의 슬림화는 젊은 독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다. 발행인인 그로비츠는 "여성과 젊은 독자들이 작은 판형에 열광한다"며 "판형 축소는 시간의 압박에 시달리는 독자들이 빠르게 이동하는 것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지면 쇄신 작업에 참여한 신문디자인 컨설턴트 마리오 가르시아는 "신문 판형이 작아지면 독자들이 신문을 읽을 때 굳이 접을 필요가 없고 광고도 더 쉽게 노출된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광고회사인 옴니콤 그룹의 데일 트레비스는 "저널리즘의 고결함을 잃지 않는다면 디자인 쇄신이 더 많은 독자층에게 다가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제적인 효과도 크다. 가로 폭이 신문업계 표준인 12인치로 줄어들면서 월스트리트저널은 연간 인쇄비용 1800만 달러를 포함, 상당한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은 표준에 비해 큰(15인치) 판형을 고수하면서 인쇄를 아웃소싱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본사 인쇄공장에서 신문을 찍어 먼 지역까지 배송하는 물류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판형이 줄여들면서 아웃소싱이 가능해지고, 운반 비용도 줄일 수 있게 됐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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