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 속 벽계수, '얘기가 다르잖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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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 일도창해하면 다시 오기 어려우니 /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간들 어떠리'

황진이의 시조를 통해 수없이 들었던 그 이름 벽계수. 한마디로 '명월인 내가 여기 있으니 다른 데 가지 말고 나와 놀아보자'는 이 시조에서 벽계수는 어쩌면 한 여성의 전폭적인 '작업'을 받은 매력남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렇듯 조선의 명기 황진이와 핑크빛 로맨스를 펼쳤을 것으로만 기억됐던 풍류가객 벽계수의 영 다른 모습에 시청자들이 헷갈려하고 있다. 바로 인기리에 방송중인 KBS 사극 '황진이' 때문이다.

'황진이'에서 벽계수(류태준. 사진)는 그야말로 지고는 못사는 냉혈한과, 한 사람의 목숨쯤 쉽게 없앨 수 있는 파워엘리트에 다름 아니다. 이전만 해도 툭 하면 자신을 깔아뭉개는 황진이(하지원) 앞에서 '굴욕' 시리즈를 남발한 벽계수는 그런대로 귀여운 구석이 있었지만, 7일 방송분에서는 그 도를 넘었다.

바로 황진이의 스승 백무(이영애)를 결국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 황진이에게 당한 치욕을 백무를 통해 풀려는 그 치졸함과, 스승의 장형을 막기위해 자신의 첩실 되기를 청했던 황진이 앞에서 슬슬 웃는 그 징그러운 미소라니. 또한 자신의 애를 밴 황진이의 기생친구 단심(이인혜)에게는 "그 애가 내 애라는 증거가 있느냐?"고 뻔뻔하게 따졌다.

사료에 따르면 벽계수는 조선 제4대 임금인 세종의 17번째 아들 영해군의 손자로 알려져 있다. 조선의 종실인 셈. 또한 서유영의 '금계필담'에는 황진이와 벽계수의 이야기가 실렸으니 황진이의 시조 '청산리 벽계수야..'를 듣다가 벽계수가 말에서 떨어졌다는 내용이다. 이에 황진이가 "이 사람은 명사가 아니라 풍류객일 뿐이다"며 가버렸다고. 이때도 실상 벽계수의 '굴욕'은 존재했던 것이다.

네티즌들도 이런 벽계수의 모습에 분개하고 있다. '황진이' 홈피 게시판에는 "최고의 남자인 김대감과 최악의 남자인 벽대감, 비교가 간다" "벽계수 죽는꼴 마지막으로 보고 싶다" "아무리 계급이 높다한들, 인간이 덜 됐다" 등의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벽계수 등장 초반, 반듯한 외모와 강한 승부근성에 "매력적이다"는 반응과는 사뭇 다르다.

<스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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