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당현 왕위에 도전 행자기와 4단|가급적 여려 판 둬 실전가르침 받고싶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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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창호 4단이 제25기 왕위전의 도전자가 되어 2월초부터 조훈현 현 왕위와 왕위타이틀을 놓고 7번 대국을 벌이게 됐다.
이 4단을 만나 대국을 앞둔 심경과 작전을 들어본다
- 곧 조 9단 밑을 떠나기로 한 모양인데요….
▲선생님(조9단)의 제자로 들어가 한집에 있으면서 바둑을 배운지 7년이되었습니다. 2월말 중학졸업과 함께 독립할 예정입니다. 선생님이 승낙하셨어요.
-어느 정도 기력이 높아지면 독립하는게 관례이기도 하지만 도전기를 자주 하게 되어서는 거북한 점도 있었을 것같아요.
▲88년부터 최고위전 세번, 국수전 두번, 패왕·명인전 한번씩 도전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왕위전도 하게 됐고요. 대국이 끝나고 나면 함께 집에 가는데 이겨도 져도 거북해요. 할머니(조9단의 모친)가 저에게 『왜 졌느냐』고 꾸짖기도 해요.
일정상을 다투는 입장이됐으니 그렇기도 하겠군요. 지금까지 제자생활은 어떠했습니까.
▲제가 기보를 가지고 복기하고 때로는 대국도 가지면서 지도 받았어요. 선생님이 참 자상하게 대해 주셨어요. 또 작은어머니(서9단부인)는 저의 학교문제 등을 잘 보살펴 주셨습니다. 지금까지는 선생님께 여러가지를 여쭈어보고 의지했었는데 독립하려니까 두려워요.
일 왕위전을 앞둔 구상은.
▲7번대국을 하게 된 것은 처음입니다. 가능한대로 승부를 길게 해 선생님께 여러판을 배우고 싶어요. 또 이번에는 전투형 바둑으로 둬보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두터운 바둑을 두어봤는데 전투에 약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젊은 기사들은 결정적인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한판 싸움을 벌여 승부를 결정짓는, 말하자면 화려한 바둑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이 4단은 반대로 참고 또 참아 끈기있게 버티니 다들 소년같지 않다고 하잖아요.
▲저도 모르게 그런 두터운 기풍이 되었어요.
-상대로서 조9단의 바둑을 어떻게 봅니까.
▲최강임을 느껴요. 두고나서 실수했다고 알게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때는 저도 모르는 상태에서 죽 밀려서 져버리거든요.
-그런데도 국수타이틀을 빼앗고 했잖아요.
▲선생님이 요즘 좋은 바둑을 놓치거나 실수하는 일이 있어요. 과거에는 없던 일인데…. 저나 유창혁형 등 어린 후배와 두는데 부담이 생긴 것이 아닌지 모르겠어요.
(김인 9단은 이에 대해 조9단이 어린 후배들과 대국하면서 평소처럼 처음부터 날카롭게 상대의 허점을 질러가는 바둑을 두지 않고 점잖게 대하다가 밀려버리거나 반대로 너무 일찍 승부를 끝내버리려 서두르다 지는 등의 변조를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바둑팬들은 이 4단이 아직 어리니까 바둑이 부쩍 늘 가능성이 있어 몇 년 후면 1인자가 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미흡한 점이 너무 많아서.
더욱 노력해 부족한 점을 보완해야겠습니다. 아직 초반의 포석이나 중반의 작전에 약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끝내기는 서9단보다 낫다는 평도 듣고 있는데….
▲끝까지 가서 승부를 결정하는 바둑으로 이끌다보니 끝내기 공부는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모두가 부족합니다.
이 4단은 이제 15세의 소년이다. 그래서 그의 바둑도 미완이다. 김인 9단의 말처럼 「앞으로 어떻게 틀을 잡아갈지」 기다려 봐야 한다. <임진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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