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훈이냐 조치훈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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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박영훈(左) 4단이 세계 무대 결승에 올랐다.

올해 18세의 朴4단은 5일 경북 경산시 영남대에서 속개된 준결승전 2국에서 중국의 신예 강자 셰허(謝赫)5단을 반집 차로 꺾어 2대0 완승을 거두며 결승에 진출했다. 조치훈(47.(右))9단도 오랜 슬럼프에서 벗어나 중국의 후야오위(胡耀宇)7단을 반집 차로 격파하며 2대0으로 결승에 올라 1992년 이후 11년 만에 세계대회 우승을 노리게 됐다. 박영훈4단과 조치훈9단의 결승 3번기는 12월 8~11일 서울에서 열린다.

朴4단은 이날도 초반에는 불리했다. 그러나 열여덟살답지 않은 여유와 뱃심으로 추격전에 성공해 2백65수만에 흑 반집승을 거뒀다. 謝5단은 8강전에서 이창호9단을 꺾어 중국의 희망으로 떠오른 기사지만 전날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등 큰 승부의 중압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간발의 차이로 무너졌다.

이창호9단과 이세돌9단 등 세계 최강의 한국 기사들이 모두 탈락한 가운데 한국의 마지막 보루로서 결승에 진출한 朴4단은 대국 직후 우승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꼭 해보겠다"고 자신있는 어조로 말했다.

-오늘 대국의 승부처는.

"특별한 승부처는 없었다. 시종 불리했는데 조금씩 따라잡았다. 謝5단이 계속 작은 실수를 했다."

-간밤에 잠은 잘 잤나.

"모기 한 마리 때문에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오늘은 푹 자고 싶다. "

-세계를 주름잡던 한국의 강자들이 다 탈락했다. 그들을 대신해 삼성화재배 7연패를 이룰 자신이 있나.

"첫 도전이지만 최고의 기회를 만났다는 생각이다. 꼭 우승을 이루고 싶다."

-결승전 상대가 조치훈9단으로 결정됐다.

"불리한 바둑이었는데 그걸 뒤집은 조9단의 집중력과 투혼에 존경심을 금할 수 없다. 생애의 영광으로 알고 趙9단과의 결승전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대구=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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