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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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어느 날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구로구 노동자 문학회에서 내놓은 『생활과 문학』창간호를 읽게 되었다. 직장생활 틈틈히 시·소설 등 습작활동을 해오던 터라 관심 있게 읽어보았는데 권두언의 내용부터 매우 감동적이었다.
「숙련공의 기름때 묻은 손과 시멘트 독이 허옇게 오른 손이 함께 만나고 영양크림 한번 발라보지 못한 미싱공·구두 닦기 청소년·과일행상 등 어질고 순한 우리이웃의 형님·누이들이 가슴 열고 온몸으로 만나는 이곳, 여기 삶이 있고 여기 사방이었고 사람이 살고 있음을 이제는 말하려 합니다」는 요지로 되어 있었다.
사람의 삶에 있어서 노동의 가치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할 것이다. 그러한 노동에도 반드시 휴식이 따라야 한다. 휴식은 일과 함께 노동자에게는 필요한 필수적인 조건이다.
노동자의 휴식을 신체적 휴식과 정신적 휴식으로 나눈다면 앞에서 언급한 노동문학 활동은 후자의 범주에 든다고 하겠다.
구로구 노동자 문학회를 비롯, 최근 젊은 근로자들이 땀흘리는 일과 속에서 파생적으로 겪는 갖가지 애환을 문학으로 승화시키는 운동이 전국적으로 메아리지 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서울 구로구에서 시작되어 광주·부산·성남·부천·마산지역 등 7개 지역으로 확산된 노동자문학회는 공동시집 발간, 시 낭송 회 등으로 문학세계를 음미하면서 한편으로는 소설습작에도 열을 올리며 성취의욕을 북돋우고 있다고 한다.
요즘같이 힘든 일을 기피하며 쉬운 일, 편한 서비스업종만을 선호하는 근로자들의 그릇된 인식이 팽배된 현실속에서도 꿋꿋이 어려운 환경과 열악한 근로조건을 극복하며 이러한 문학활동을 통해 정신적 여유를 얻고 인생의 희열을 느끼며 많은 사람들에게 노동의 기쁨과 근로자의 진실한 삶의 모습을 알리는데 힘쓰는 근로자들의 노고에 진심 어린 박수와 격려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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