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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골리앗 시련' 114㎏ 김성범이 메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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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김성범(左)이 연장 끝에 이란의 파샨디를 꺾고 금메달을 확정한 뒤 환호하고 있다.[도하 AP=연합뉴스]

영웅 전설은 수많은 고난과 시련이 버무려져 탄생하는 법이다.

6일(한국시간) 유도 남자 무제한급 금메달을 따고 울음을 터뜨린 김성범(27.KRA)이 그랬다. 마치 컴퓨터 게임처럼 한 고비 한 고비 힘들게 넘긴 끝에 따낸 귀중한 금메달이었다.

김성범은 올해 마지막 기회였던 국군체육부대 지원을 포기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선수 생활을 접고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기로 한 것이다. '배수진'이었다.

메이저 대회 우승 경력은 2004 아시아선수권대회가 전부였던 김성범은 원래 100㎏ 이상급 선수였다. 하지만 이 체급에는 그가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야수유키 무네타(일본)가 버티고 있었다. 코칭스태프와 상의 끝에 무제한급으로 체급을 변경하기로 했다. 이 체급에서는 야수유키가 우승을 했으니 일단은 작전 성공이었다.

무제한급 1회전이 시작됐다. 투브신바야르 나이단(몽골)을 넘어뜨렸으나 심판은 엉뚱하게 나이단의 한판승을 선언했다. 판정 직후 나이단은 얼른 라커룸으로 들어가버렸다.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양태영(체조)이 오심으로 금메달을 뺏긴 상황이 생각나는 장면이었다. 김성범은 매트에 버티고 서서 주심에게 항의했고, 전기영 코치도 달려나와 강하게 항의했다. 결국 김성범의 한판승으로 판정이 번복됐다. 하마터면 1회전에서 탈락할 뻔했다.

비슷한 상황은 결승에서 반복됐다. 결승 상대인 세이드 마모드레자 미란 파샨디(이란)는 151㎏의 거구. 114㎏의 김성범에게 벅찬 상대였다. 경기가 시작된 뒤 김성범이 심판에게 항의했다. 파샨디의 무릎에 이물질이 있다는 거였다. 규정상 도복 안에는 금속과 같은 딱딱한 물체를 착용할 수 없도록 돼 있다. 파샨디의 무릎에 두른 보호대가 발견됐다. 그러나 심판은 실격패는 물론 아무런 벌칙도 주지 않고 보호대만 풀고 경기에 임하도록 했다. 김성범은 힘을 앞세운 피샨디의 공격을 스피드로 잘 버텼다. 경기 종료 10초 전 마지막 위기가 찾아왔다. 주심은 소극적인 경기를 했다며 김성범에게만 '지도(효과에 해당)'를 줬다. 김성범은 또 항의했고, 부심도 이의를 제기해 판정이 취소됐다. 또 위기를 넘긴 김성범은 연장 49초 만에 발뒤축걸기로 효과를 따내고 감격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로는 처음 따낸 무제한급 금메달이었고, 병역 특례라는 큰 선물도 함께 받았다.

남자 60㎏급의 조남석(포항시청)과 여자 48㎏급 김영란(인천동구청)은 결승에서 일본과 중국 선수에게 져 은메달을 땄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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