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 여성이 복싱 코치 변신|교습비디오 3월께 선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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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왕년의 프로복싱 세계챔피언의 딸로 중추신경계 질환을 앓고있는 한 여성이 병마와 꿋꿋이 맞서 싸우며 복싱지도자·배우 등으로 사회각분야에서 맹활약, 인간승리의 표본이 되고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49년부터 51년까지 세계미들급챔피언을 지낸 제이크 라모타의 딸인 올해 31세의 스테파니 라모타.
아버지 제이크 라모타는40년대 후반 불꽃같은 투혼으로「사각의 링」을 뜨겁게 달궈 영화「성난 황소」의 소재가 된 인물로도 유명하다.
스테파니는 제이크의 여섯 명의 부인 중 4번째인 디미트리아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7남매중의 다섯 번째.
스테파니가 중추신경계 질환으로 쇠약, 지각이상, 언어장애 및 시각적인 이상 등을 가져오는 원인불명의 질병인「다발성 경화증」에 걸린 것은 지난79년.
신체조직의 일부가 경화되고 시력이 희미해지는 엄청난 좌절이 닥쳤지만 패배를 모르는 불요불굴의 아버지 제이크의 강인한 정신력을 이어받아 12년이 지난 이제껏 병마와의 고통스런 싸움을 꿋꿋이 벌이고 있어「그 아버지에 그 딸」이란 격려를 듣고있다.
『사람들은 자기인생을 지나치게 슬픈 색조로 덧칠하는 경향이 있죠. 그러나 저는 이따위정도의 질병엔 굴복할 수도, 또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내 25만 다발성경화증환자들 모임의 대변인이기도 한 그녀의 투쟁목표는 단순한 투병이 아닌 이제껏 밝혀지지 않은 이 질환의 병인(병인)을 찾는데 발벗고 나서 경화증 자체를 지구상에서 말소시킨다는데 있다.
이를 위해 스테파니는 현재 경화증퇴치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각종 모금운동에 헌신적으로 나서고있다.
그러나 스테파니의 빛나는 모습은 복싱과 보디빌딩지도자, 영화배우 등 눈코 뜰 새 없는 바쁜 생활로 오히려 정상인들보다도 더 활기찬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다.
어릴 적부터 제이크로부터 복싱을 배운 스테파니는 지난82년 런던거리에서 마주친 노상강도를 레프트보디에 이은 라이트스트레이트 한방으로 길바닥에 뉘어 그 펀치 력을 유감 없이 발휘하기도 했다.
스테파니는 현재 LA청소년체육센터에서 파나마의 복싱영웅 로베르토 두란의 트레이너였던 토니 리베라로부터 복싱의 세기를 전수 받아 남자 못지 않은 기량을 갖춰가고 있다.
오는 3월경엔 그녀가 주연이 돼 복싱훈련방법을 소개한 비디오테이프가 시중에선 보이게될 예정이기도하다.
스테파니는 또 42명의 고객을 상대로 그들의 사무실·체육관등을 방문, 복싱과 보디빌딩을 가르치는 일을 5년 전부터 시작, 짭잘한 수입을 올리는 등 사업적인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녀의 하루시간 중 가장 많은 부분은 다발성 경화증으로 시달리는 환자들로부터 날아드는 하루 수십 통의 편지에 일일이 응답, 용기를 불어넣는데 할애되고있다.
『못된 질병과 싸워 이겨 당신의 즐거움을 되찾으셔야합니다. 당신혼자가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 경화증과 싸우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그녀 답장의 주된 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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