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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엄마·아빠 덕분에 대학 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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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대학생이 된 ‘검정고시 세 자매’. 왼쪽부터 황정인·손다빈·손빈희양. [연합뉴스]

2005년 충북지역 고입.고졸 검정고시에서 최연소.차석으로 합격해 화제를 모았던 손빈희(15.충주시 연수동).황정인(15).손다빈(14)양 등 '10대 검정고시 세 자매'가 모두 대학생이 됐다.

맏언니인 빈희양이 올해 부산 외국어대에 4년 장학생으로 합격했으며, 황양은 2007학년도 수시모집에서 한림대.계명대.전주대.전주 우석대.호남대 등 5개 대학에서 합격통보를 받았다. 막내 다빈 양도 한림대.삼육대.건양대 등 3개 대학에 동시 합격했다.

이들이 합격한 대학은 수능시험 점수를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조건이 좋은 대학을 골라 갈 수 있다. 손양 자매가 주목받았던 것은 지난해 4월에 있은 고입.고졸 검정고시에서다. 부모의 재혼으로 한 가족이 된 이들 자매는 무역업을 하는 아버지 황석호(38)씨를 따라 2년 동안 중국에서 생활하며 초등학교를 마치고 2004년 6월 귀국했다. 그리고 가족회의를 거쳐 정규 학교 대신 검정고시에 도전하기로 뜻을 모았다. 1년 간의 준비 끝에 빈희양은 충북지역 고졸 검정고시 차석을, 정인양은 고졸 최연소, 다빈양은 고입 최연소 타이틀을 각각 거머쥐었다. 다빈양은 이어 4개월 뒤인 지난해 8월의 고졸 검정고시에서도 최연소로 합격하는 영광을 안았다.

이들 자매들의 진학이 더욱 빛나는 것은 부모의 재혼으로 한 가족이 된 사춘기 소녀들이 겪은 갈등을 사랑으로 극복했기 때문이다.

논술과 면접 시험에 대비, 집에서 신문 사설과 상식 관련 서적을 온 가족이 함께 읽고 토론하는 등 끊임없는 서로에 대한 관심도 한 몫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부모는 매일 영어.수학 등의 과목에서 과제를 내주고 점검하는 스파르타식 교육을 했다.

어머니 윤미경(40)씨는 "6년 전에 재혼한 뒤 처음 3년 동안은 가족 모두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무척 힘들었다"며 "온 가족이 사랑과 믿음과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윤씨는 "장학금 등을 제시하는 대학들이 있지만 아이들의 미래를 잘 실현해 줄 수 있는 대학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세 자녀에 대한 교육 노하우를 담은 '뻐꾸기 가족의 신맹부(新孟父) 교육법'이라는 책을 발간할 계획이다. 빈희양도 그동안 자신이 꾸준히 써왔던 일기를 토대로 올해 5월 '공부가 쉬워지는 동화'를 펴냈다.

아버지 황씨는 "세 자매가 서로 화합하지 못할 때 마음이 아팠다"며 "아이들이 모두 입학하면 내년부터는 '자유인'으로 살겠다"며 웃었다.

충주=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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