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여행 안내서(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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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본 교통공사에서 펴내는 『포킷 가이드』라는 관광안내서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매년 1백여권의 판을 바꾸어가며 세계 모든 나라의 도시와 경승지에 대한 여행정보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는 이 책자는 일본인 특유의 꼼꼼함과 정확성으로 해서 더욱 성가를 높이고 있다.
아프리카의 오지나 남태평양에 있는 조그만 섬나라까지 거의 망라되다시피한 이 책자에 유독 소개되지 않은 나라가 있다. 북한이다.
북한에서는 모든 국민들의 여행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주민이 살고 있는 군단위지역을 벗어날 경우 의무적으로 통행증·여행증면서 등을 발급받아야 한다. 따라서 북한주민들이 어디를 여행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보다 어렵다.
여행을 하기 어려운 것은 외국인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89년부터 부족한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해 정책적으로 외국인 관광객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아직 별다른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북한을 방문한 외국관광객들은 조선국제여행사가 천편일률적으로 마련한 스케줄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그 스케줄을 보면 첫날은 무건 평양시내관광이며 이튿날부터 지방관광에 들어가는데 주로 묘향산 남포 원산 금강산 해주 개성 판문점 등지의 9개소로 한정돼 있다. 대부분 김일성 우상화와 관련이 있는 지역이다.
북한에는 해외에 소개해도 손색이 없는 천연관광자원이 많다. 그런데 외화부족으로 허덕이면서도 관광지를 제한하고 있는 것은 외국인들이 몰고 오는 자유화바람이 두려운 것도 있지만 교통망과 수용시설이 제대로 돼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민족통일중앙협의회가 펴낸 『북한편람』을 보면 지금까지의 정부간행물과는 달리 북한여행자들이 현지에서 부닥칠 여러가지 문제에 실질적 도움을 줄 정보를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가령,이발소의 경우는 벽에 붙여놓은 여러가지 머리모양사진을 보고 원하는 머리모양의 번호를 대면 그대로 깎아준다. 요금은 고급이 1원,보통 70전,학생 50전 등이다.
이 북한여행안내서를 들고 남쪽의 여행객이 북한을 마음대로 여행할 수 있는 날이 하루속히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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