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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 배명복특파원이 본 현지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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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쟁 눈앞에”… 폭풍전야 페만/중동탈출 인파몰려 북새통 요르단/무력승인나자 반전 데모도 미국/후세인만난 케야르 “화전여부 신만이 안다”
유엔의 철수시한 이틀을 앞두고 페레스 데 케야르 유엔사무총장의 막바지 노력도 별다른 성과없이 끝나자 전세계는 전쟁발발 위기감에 휩싸이고 있다.
이라크·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요르단·이스라엘 등 주변국들은 전쟁을 기정사실화하고 이에 대비한 외교관철수·주민소개 등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요르단◁
○…유엔이 이라크의 쿠웨이트 철수시한으로 못박은 15일 자정이 만 48시간 앞으로 박두한 14일 오후 요르단의 수도 암만시는 절망과 불안감에 휩싸인채 폭풍전야를 방불케하고 있었다.
서로 극도의 전의를 불태우고 있는 이라크와 이스라엘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 요르단의 2백50만 국민들은 전쟁이 터지면 요르단이 가장 위험한 전장의 하나가 될 것이라는 걸 잘 알면서도 『이제 우리힘으로 전쟁을 막을 수는 없게 됐다』는 절망감으로 크게 동요하고 있다.
전쟁이 임박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이곳에 거주하고 있던 외국인들의 대부분은 이미 본국으로 철수했다. 요르단 한인교회의 진영준목사(48)의 큰 아들이 재학하고 있는 외국인학교의 경우 평소 15명선이던 학급당 학생수가 지금은 2∼3명으로 줄었고,교사들마저 대부분 일시휴가 형식으로 떠나고 없어 수업이 제대로 안되고 있는 실정이다.
○…혹시나 하는 기대로 아직까지 버티고 있던 일부 외국인들은 암만을 빠져나가는 항공편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오는 15일까지 나가는 항공편의 좌석예약이 완전히 끝난 상태인데다 15일 이후에는 이곳을 취항하는 모든 외국항공사들이 운항을 중단할 계획이기 때문.
이에 따라 지난 11일 프랑스 항공의 특별기가 1백43명의 프랑스인을 철수시킨데 이어 12일에는 2대의 허큘리스 군용수송기가 이곳에 남아있던 1백60명의 스페인 사람들을 태우고 떠나는 등 마지막 교민철수를 위한 각국의 특별기 취항이 줄을 잇고 있다.
○…민심의 동요를 우려,요르단당국은 아직까지 화학전에 대비한 응급조치 등을 방송을 통해 홍보하는 일을 자제하고 있으나,암만시민들 대부분은 요르단에서도 잘 보이는 이스라엘방송을 통해 이 응급조치내용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암만시내에서 만난 이브라힘 자밀씨(39)는 『이스라엘 TV가 밤낮으로 방송하고 있어 방독면을 어떻게 쓰는지,비닐이나 테이프로 창문틈을 어떻게 막는지,수건이나 우의 등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다 알고 있다』면서 『요즘시내에서는 표백제 구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표백제로 피부의 노출부위를 하얗게 칠해 놓으면 화학물질을 막는데효과가 있다는 소문때문이라는 설명이다.<암만=배명복특파원>
○정적깔린 바그다드
▷이라크◁
○…케야르 유엔사무총장은 13일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과 2시간30분동안 회담한후 기자들과 만나 『전쟁이냐 평화냐의 여부는 신만이 알 것』이라며 회담이 성과가 없었음을 암시했다.
케야르총장은 회담직후 공항으로 향해 오후 10시15분 이라크를 떠났는데 출발전 사담 후세인국제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나는 비관론자도 낙관론자도 아니며 사무총장일 뿐』이라며 『나는 낙관적이어야 한다』는 모호한 표현을 동원,후세인대통령과의 회담은 성과가 없었으나 최종시한까지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임을 피력했다.
케야르총장은 이에 앞서 바그다드에서 아라파트 PLO(팔레스타인해방기구)의장과도 회담을 가졌다.
○…13일 바그다드 공항은 이라크를 탈출하려는 사람들로 큰 혼란을 빚고 있는 반면 바그다드시는 폭풍전야의 정적같은 기묘한 분위기가 깔려 있다고 이날 이라크에서 암만으로 빠져나온 외국인들이 전했다.
한 서방국 사업가는 『오늘 바그다드공항은 완전히 혼돈상태에 빠졌다. 사람들이 매진되기전에 비행기 티킷을 구하려고 서로 밀치며 열중에 끼어드는 통에 큰 혼란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다국적군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이라크가 불시에 이라크영공을 폐쇄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에 자극받아 하루빨리 이라크를 벗어나려는 외국인들이 한꺼번에 공항으로 쇄도하는 바람에 지난 3일간 하루 한번 운항하는 이라크항공의 암만행 보잉 747기는 계속 만원사태를 빚고 있다.
○…이라크에 대한 유엔의 경제봉쇄조치에도 불구,쿠웨이트 점령에서 얻은 막대한 외화와 금으로 부족한 외화수입을 충당해나가고 있다.
외화수입의 95%를 석유판매에 의존했던 이라크가 경제봉쇄에도 불구,인접국의 비밀루트를 통해 생활필수품을 사들이고 있는 것은 쿠웨이트가 보유하고 있던 금과 외화의 덕분이라고 런던의 방위연구센터가 13일 밝혔다.<바그다드=외신 종합>
○긴급뉴스 잇단 보도
▷미국◁
○…쿠웨이트로부터 이라크의 철수시한을 불과 하루 남겨놓은 14일 워싱턴의 모든 촉각은 바그다드를 향해 집중돼 있다.
미국의 CNN­TV는 이라크내의 표정을 일일이 보도하고 있으며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이 의회에서 「이라크국민들의 전쟁에 대비할 각오」를 촉구하는 장면을 긴급뉴스로 보도하면서 전쟁이 임박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의회가 무력사용을 결의한후 미국도처에서는 반전데모가 절정을 이루고 있다.
의회결의 당일은 의사당앞에 집결했던 반전데모대들이 일요일인 13일은 백악관앞에 모여 각종 반전피킷을 들고 하루종일 시위를 벌였으며 북부 보스턴과 남부 뉴올리언스 등 주요 도시에서도 수천명이 동원된 반전데모가 일어났다.
특히 일요일인 13일 미국 각지의 교회와 성당에서 개최한 무력사용을 반대하는 기도회를 각 방송들이 보도하고 있어 월남전이후 가장 어수선한 국면을 맞고 있는 느낌이다.
○…이라크군의 쿠웨이트 철수 요구 시한이 가까워지자 국제 금융·주식시장의 거래자들과 분석가들이 이번 페르시아만사태의 향후 예상되는 시나리오를 작성,자신들의 전략강구에 부심하고 있다.
제임스 베이커 미 국무장관이 지난 9일 타리크 아지즈 이라크 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 진전을 보지 못했다고 발표한뒤 시장은 동요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베이커의 이같은 발언후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공업평균주가는 80포인트가 하락했으며 유가는 배럴당 7달러나 치솟았다. 또한 베이커가 「유감스럽게도」란 말을 하기 무섭게 주식과 석유가가 요동할만큼 시장은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평화해결촉구 시위
▷유럽◁
○…미 의회가 부시 대통령에게 이라크와의 전쟁선포권한을 부여한 가운데 12일 프랑스·영국·독일·이탈리아·캐나다 등 서방 주요국가들의 많은 도시들에서 페르시아만 사태를 전쟁 대신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도록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로마에서는 주최측이 20만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하는 군중시위에서 좌파들이 경찰에 돌과 빈병을 던지면서 충돌했고 차량으로 바리케이드를 친 가운데 차량 한대를 불태우는 등 격렬한 양상을 나타냈다.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서는 4만2천여명이 참가,페르시아만에서 전쟁을 벌여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파리에서 4만명,마르세유·보르도 및 리용에서 각각 1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반전시위가 열렸는데 시위군중들중에는 프랑스의 페르시아만 전투에 참가를 공개적으로 거부하고 있는 장 피에르 쉬베느망 국방장관의 지지자들과 공산주의자 및 노조지도자들이 다수 참가했다.<로마·파리 upi·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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