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고 나가고픈 욕망 박태환, 잘 참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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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4일(한국시간) 수영 남자 자유형 200m에서 1분47초12의 아시아신기록(종전 1분47초51)을 세우면서 우승, 3관왕의 시동을 건 박태환(17.경기고)은 분명 달라져 있었다.

◆ 빨라진 스타트

'출발 총성이 울리고 입수하기까지의 시간'이 반응 속도(Reaction Time)다. 육상과 마찬가지로 수영 단거리 선수의 근육은 출발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중장거리가 전문인 박태환은 이런 민감함이 몸에 배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예선전에서는 조 1위(0.69초), 결선에서는 0.67초로 경쟁자인 장린(중국.0.73초)이나 호소카와 다이스케(일본.0.69초)보다 빨랐다. 노민상 감독은 "8월 캐나다에서 열린 범태평양 대회에서 박태환의 반응 속도는 0.78초 내외였다. 짧은 기간에 놀랍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집중력을 키웠다. 긴장하지 않으려고 레이스 전에 음악을 들었다"며 "이번 대회에서 100m까지 출전한 건 4관왕을 노린 게 아니라 단거리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 잘 참은 초반(50m)

노 감독은 "태환이가 가장 성장한 부분이 페이스 조절 능력"이라고 말했다. 결선에서 일본 선수 둘이 동시에 치고 나가며 박태환을 흔들어 놓으려 했다. 그러나 박태환은 자기 페이스를 유지했다. 노 감독은 "단거리에서 옆 선수가 치고 나갈 때 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본능적으로 따라잡게 돼 있다. 잘 참았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결선에서 초반 50m 지점까지 3위권을 유지했다.

◆ 끌어올린 중반(100m)

장린은 예선전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고 전체 4위로 통과해 박태환(4레인)을 피해 6레인을 배정받았다. 박태환은 '상대는 장린뿐'이라고 생각했다. 일본 선수의 페이스는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다. 박태환은 "눈치를 많이 봤다"고 했다. 장린의 레이스에 신경을 썼다는 의미다.

◆ 탁월한 종반(150m 이후)

반응 속도는 빨라졌지만 초반 스피드까지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이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턴 동작을 간결하고 단순하게 바꿨다. 박태환은 150m 턴에서 장린을 따라잡았다. 남은 50m에서 박태환은 페이스를 절정으로 끌어올렸다. 노 감독은 "빠른 8비트 영법을 강조했다. 8번씩 끊어 전력을 다하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도하=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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