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IT] "한국 반도체 기술 사러 왔습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3면

'IP 비즈니스'를 아십니까. IP 비즈니스란 지적재산권(IP.Intellectual Property)의 사용권을 빌려주고 판매되는 제품에 대해 로열티를 받는 사업이다. 한마디로 기술을 제공해 돈을 버는 일이다.

첨단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잘 알려진 IP업체인 암(ARM)의 최고운영책임자(COO) 튜더 브라운(사진)이 최근 방한했다. 그는 "한국의 반도체 관련 중소기업의 핵심기술을 사들이거나 세계시장에 IP 사용권을 팔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한국 중소기업 두 곳과 IP 비즈니스를 추진 중이라고 했다.

암은 반도체나 전자제품 엔지니어에게는 유명한 회사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기업이다. 그러나 우리 생활과 떨어져 있지 않다. 이를테면 삼성전자.LG전자 등 한국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은 퀄컴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칩을 사용하는 대가로 퀄컴에 로열티를 낸다. 그 퀄컴의 CDMA 칩에도 암의 CPU 코어(연산.제어 등 프로세서의 기본적인 기능)가 탑재돼 있다. 한국의 모든 휴대전화 이용자가 자신도 모르게 암의 반도체 설계 기술을 쓰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한국 회사들에서 로열티를 받는 퀄컴이 암에는 거꾸로 로열티를 낸다. 암의 모바일 기술은 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암의 창업자 중 한 사람인 브라운은 "우리가 제공한 기술을 적용한 반도체 칩 물량은 올해 23억~24억 개에 달하고, 2010년에는 45억 개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에서 판 암 칩의 규모는 연간 1억4000여 만 개에 달한다. 영국에 본사를 둔 ARM은 1990년 애플.아콘.VLSI 등 세 회사가 합작해 설립한 업체다. IP 기업이니 만큼 전체 수입의 30%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4억187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서경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