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버시 의회(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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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덴버시는 미국 콜로라도의 주도다. 인구는 43만명. 난데없이 덴버시 얘기를 꺼내는 것은 까닭이 있다. 이 도시의 시의회는 지방자치의 모범생으로 소문나 있다.
올해 30여년만에 처음으로 지방의회를 갖게된 우리는 외국의 경우도 한번 봐둘만 하다.
우선 놀라운 사실은 의원수가 적다는 것이다. 불과 13명이 전부다. 그중 여성의원이 6명. 인구 3만3천명에 한명 꼴이다.
덴버시와 인구가 비슷한 우리나라의 도시는 안양,성남,수원시. 바로 이곳의 의원수는 자그마치 덴버시의 3배도 넘는다. 성남,수원이 각각 45명,안양이 33명이다. 지방의회 1년생도 못되는 나라에서 의원수만은 후하게 매겨 놓았다.
의원들이 월급을 받지 않는 것은 우리나라나 덴버시나 마찬가지다. 덴버시 의원들의 경우 모두들 다른 직업을 갖고 있다. 의원생활은 오로지 가외의 봉사로 여기는 사람들이다. 「정치건달」들이 생계와 이권과 세도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자리가 아니다. 의회의 개회시간도 자기 직장일을 다 끝낸 시간인 저녁무렵이다. 정례회의는 주1회.
시의원들이 특정정당에 발목이 잡히지 않은 자유의 몸이라는 사실도 좀 의외다. 지방의회는 정당의 이해보다는 주민의 이해가 앞선다는 생각이 철저하다.
시의회의 회의장 모습도 우리 생각과는 딴판이다. 휑하게 넓은 의사당안에 의원석은 3분의 1밖에 자리를 차지하지 않았다. 나머지 3분의 2는 모두 방청객 자리다.
이들 방청객과 의원들의 좌석을 서로 마주보게 배치한 것도 인상적이다. 의장석을 향해 앞만 바라보는 좌석배치는 의원들의 「입」을 중시하는 방식이라면 시민과 의원이 얼굴을 맞대는 좌석배치는 의원들의 「귀」를 더 중요시한다는 의미같다.
시의회는 의결기관이기에 앞서 시민의 주장을 경청하고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공적발언의 장이기도 하다.
시민과 의원들은 서로 무릎을 맞대고 토론을 거듭하다가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주민투표로 시민의 총의를 묻기도 한다.
우리는 과연 어떤 지방의회상을 만들어낼지 궁금도 하고,걱정도 된다. 이제야말로 민주시민의 자질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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