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럽·일의 현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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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입자가속기 개발에 쏟는 세계 각 국의 노력은 치열한 경쟁적 양상을 띠고 있다. 그러나 가속기 건립에 드는 비용과 기술력이 만만치 않은 관계로 미국·유럽·일본 등이 선두 그룹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탈리아·중국·대만 등이 그 뒤를 따르고있다.

<미국>
가속기 개발·건립에서 최근 유럽에 뒤 처지는 듯해 보이던 미국은 과학대국의 자존심회복을 위해 90년 대말 완성을 목표로 자그마치 둘레가 85km인 세계 최대의 초전도거대가속기(SSC: Superconducting Super Collider)의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80억 달러의 예산이 투입되는SSC프로젝트는 구·금세기에서 규명 못하는 미지의 물질인 톱 쿼크를 찾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SSC는 완성될 경우 가속에너지 20조 전자볼트(1전자볼트는 전자1개를 1볼트의 전압으로 가속시킬 때의 에너지)로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파워를 갖춘 가속기가 될 전망이다. 특히 SSC는 전자가 아닌 양성자를 서로 충돌시켜 새 쿼크를 얻으려하고 있는데, 이는 전자를 사용할 경우 기술상의 어려운 점을 극복할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텍사스주에 건설될 예정인 SSC는 엄청난 건설비용에 비해 당장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적다는 만만치 않은 반대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SSC와 같은 충돌형 가속기와는 열도로 미국은 다른 과학기술분야나 인체에 직접 응용이 가능한 방사광 가속기의 건설을 별도로 추진하고 있다.80억 전자볼트로 95년 완공예정인 미 아르곤국립연구소의 APC(Advanced Photon Source)가 바로 그것으로 한국인 조양내 박사가 건설책임을 맡고있다.

<유럽>
프랑스·독일·영국 등 유럽의 주요 14개국은 개별적 힘만으로는 미국에 대항하기 어렵다고 판단, 유럽 핵 물리연구소(CERN)를 중심으로 LEP라 불리는 길이 27km의 원형입자가속기건설에 공동으로 출자, 지난8월 완성했다.
프랑스와 스위스의 접경지역에 있는 CERN지하에 위치한 LEP의 가속에너지는 최고 5백50억 전자볼트의 충돌형이다.
LEP의 완성으로 가속기분야에서 현재 상태로는 미국을 제압, 기선을 잡은 CERN은 내친김에 8조 전자볼트의 또 다른 충돌형 가속기를 96년 완공예정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편 방사광 가속기 분야에서는 프랑스에 건설중인 ESRF가 92년7월 가동을 목표로 활발히 공사가 진행중인데, 가속에너지는 60억 전자볼트로 같은 형의 미국APC에 비해서는 규모가 다소 떨어진다.
아무튼 가속기에 관한 한 유럽이 미국에 비해 현재까지는 한발 앞서고있는 상황으로 글루온·W입자·z입자 등이 모두유럽의 가속기에서 얻어졌다.
유럽의 가속기개발상황을 요약하면 돈이 많이 드는 거대한 충돌형 가속기는 공동출자로, 비용이 다소 적게 먹히고 가속에너지도 낮은 방사광 가속기는 국가별로 건설하고 있다.

<일본>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서는 다소 뒤지지만 일본도 3백억 전자볼트의 가속기를 지난86년 쓰쿠바에 완성.
일본은 트리스탄 프로젝트로 명명된 이 가속기건설을 위해 지난 71년 국립고에너지물리학연구소(KEK)를 세우고 지난 76년 처음으로 80억 전자볼트의 빔을 얻는데 성공, 가속에너지를 계속 높여온 끝에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일본은 거대충돌형 가속기는 자체건설보다는 해외의 시설을 주로 이용하고 대신 응용분야에 많은 관심을 두고있다.
즉 충돌형보다는 방사광 형 가속기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있으며 이에 따라 원자수준의 관찰·뇌동맥 등의 촬영에 상당한 진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KEK의 최근보고에 따르면 상주인원 6백55명의 이 가속기연구소의 운영·관리 등을 위해 연간 3백억 엔 이상을 투입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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