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미·중, 올해 내수 중심 성장 이어갈 듯…"韓 수출에 긍정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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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미국 워싱턴DC의 한 대형마트에 전시된 TV 제품 옆으로 소비자가 지나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2월 미국 워싱턴DC의 한 대형마트에 전시된 TV 제품 옆으로 소비자가 지나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세계 양대 강국(G2) 미국·중국 경제가 재정·산업 정책 등에 힘입어 올해 내수 중심의 성장세를 이어갈 거란 전망이 나왔다. 이러한 성장 흐름은 훈풍을 타고 있는 한국 수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거란 분석이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최근 G2 경제상황에 대한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최병재 국제종합팀 차장 대표 집필)에 따르면 올해 미국·중국은 양호한 성장을 나타내면서 세계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미국은 고용 시장에서 노동 수요의 우위가 유지되는 데다 정부 재정지원이 더해지면서 소비 증가세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또한 반도체 육성 같은 산업정책에 따른 설비 투자, 인공지능(AI)으로 촉발된 데이터센터·에너지 부문 투자 등이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나오는 지표들도 경기 호조를 보여준다. 23일(현지시간) S&P 글로벌에 따르면 미국의 제조·서비스업을 포괄하는 지표인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월 기준 54.4로 전월 대비 3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이는 2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12~18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1만5000건으로 일주일새 8000건 감소하면서 고용 시장이 견조함을 드러냈다. 이러한 흐름에 '강달러' 기조도 지속하는 양상이다.

이달 중국 신장 지역에서 한 작업자가 전력 송전선을 설치하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이달 중국 신장 지역에서 한 작업자가 전력 송전선을 설치하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한은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과의 교역 마찰 등으로 수출 여건 개선이 쉽지 않은 편이다. 그 대신 민간 소비 회복과 첨단산업 투자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움직임이 강화되는 흐름이다. 2021년 이후 자금 지원 확대로 제조업 투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전력 설비 투자도 높은 증가세를 보인다. 그 결과 최근 중국의 친환경차·반도체 생산 등이 대폭 확대됐다. 이에 따라 경제 성장세가 점차 내수 중심으로 옮겨갈 거란 예상이다.

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기존 예상보다 상향되는 모양새다. 이달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제전망에서 미국(2.6%), 중국(4.9%)의 성장률 전망치는 2월과 비교해 각각 0.5%포인트, 0.2%포인트 올랐다. 이에 힘입어 전 세계 성장률 전망치도 2.9%에서 3.1%로 상향 조정됐다.

한은은 G2 경제가 올해 내수 중심으로 성장하는 흐름이 단기적으론 국내 수출에 호재가 될 거라고 평가했다. 미·중 투자 확대는 자본재 수출에 호재인 데다, 미국의 대(對)중 수출 규제는 반도체·자동차 수출 등에 도움이 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수출은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대미 수출은 9개월, 대중 수출은 2개월 연속 증가세다.

다만 양국 간 분절화가 심화하고 자국 내 생산 의존도가 높아지면 한국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또한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좀 더 긴 시계에선 코로나 팬데믹 이후 크게 늘어난 미·중 재정적자, 누적된 정부 부채가 양국 성장 경로 상의 리스크로 잠재해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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