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 "경찰이 날 먹잇감으로 던져"…조사뒤 6시간 버틴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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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친 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친 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 마지막 자존심이다”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33)이 경찰 조사에서 음주운전 사실을 인정한 뒤, 6시간 동안 귀가를 거부한 이유다. 당시 김호중은 취재진을 피하기 위해 경찰에 비공개 귀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SBS는 지난 21일 오후 5시쯤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피의자 신문을 마친 김호중이 귀가를 거부한 건 취재진의 포토라인 때문이었다고 보도했다.

당시 김호중은 조사 이후 경찰서 지하 주차장을 통해 귀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경찰에 요청했지만, 경찰은 상급청 지시라며 거부했다.

그러자 김호중은 자신의 변호인에게 “비공개 귀가는 내 마지막 스위치다. 이것마저 꺼지면 살아도 의미가 없다. 마지막 자존심이기에 물러설 수 없다”며 비공개 귀가를 고수했다.

또 김호중은 “너무 억울하다. 죄는 달게 받겠는데 먹잇감이 된 기분이 든다”며 “경찰이 이렇게까지 해서 나를 먹잇감으로 던져놔도 되냐”고도 토로했다. 경찰로부터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을 표한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김호중의 비공개 귀가를 허가하지 않았다. 결국 김호중은 6시간 만인 오후 11시쯤 정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당시 취재진에게 “죄인이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짧게 말한 뒤 빠르게 현장을 떠났다.

김호중의 법률대리인인 조남관 변호사는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게 있고 흉악범이 아닌 이상 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범죄 혐의 유무와 피의자의 인권(초상권) 보호를 별개 차원으로 봐야 한다”며 “경찰 공보규칙 상 비공개 출석·귀가가 규정돼 있는 만큼 결코 비공개 출석과 비공개 귀가는 특혜가 아닌 피의자의 권리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경찰 수사팀 간부도 (비공개 귀가는) 특혜가 아니라고 인정했다”며 “사소한 (공보) 규칙이라도 어기면 아픈 선례가 반복되고 결국 야만의 시대로 회귀하게 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냐”고 강조했다.

조 변호사는 경찰 공보규칙 제15조에 귀가 관련 정보를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근거로 국가인권위원회 제소까지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김호중은 지난 9일 오후 11시40분쯤 음주 상태에서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도로에서 사고를 내고 달아난 혐의(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사고후미조치·범인도피방조 등)를 받는다. 김호중은 사고 직후 현장을 이탈해 경기도 한 호텔로 갔다가 17시간 만인 다음 날 오후 4시30분쯤 경찰에 출석했다. 그 사이 김호중 매니저가 김호중 대신 경찰서에 출석하고 차량에 있던 블랙박스 메모리칩을 제거하는 등 사고를 은폐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혐의를 모두 부인하던 김호중은 지난 19일 소속사를 통해 음주운전 사실을 인정했다.

경찰은 22일 김호중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신청했다. 검찰도 같은 날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김호중을 비롯해 소속사 대표, 본부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후 12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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