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강타한 ‘딥페이크 음란물’…드러난 피해 여성만 61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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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대에서 ‘제2의 N번방’ 사건이 터졌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61명의 여성이며 이 중 서울대생은 12명이다.

21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대학 여성 동문을 상대로 불법 합성물을 제작·유포한 일당 5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들 중 범행을 주도한 2명은 서울대 졸업생으로 2021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텔레그램 비밀방에서 대학 동문 및 지인의 사진을 음란물과 합성한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성폭력처벌법상 허위 영상물 편집·반포 등)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대 졸업생인 주범 남성 박모(40)씨는 서울대 후배 여학생을 포함해 48명의 여성을 상대로 모두 1852건의 합성 사진 및 영상을 제작·유포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학교를 10년 이상 다니면서 피해자들을 알게 된 뒤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등으로 합성 음란물을 제작했다고 한다. 박씨가 유포한 합성물 중에는 미성년자 성착취물도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지난달 11일 구속송치됐다.

박씨가 유포한 영상은 100건에 달했다. 영상들은 대부분 또 다른 서울대 동문인 공범 강모(31)씨가 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씨는 범행 당시 서울대 로스쿨 재학생으로 현재는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는 여성 동문의 졸업 사진과 SNS 사진을 나체 사진 등에 합성한 이른바 딥페이크 합성물을 제작해 박씨에게 제공하고, 박씨는 강씨로부터 합성물과 함께 피해자의 신상정보도 받아 텔레그램 방에 유포했다. 강씨 역시 지난 16일 구속송치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일면식 없는 사이였으나 변태적 성적 취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개별적으로 ‘링크’를 전송해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 초대하고, 익명으로 불법 합성물을 주고받았다.

경찰은 박씨와 강씨 외에도 지인을 상대로 불법 합성물을 제작·유포한 3명을 추가로 검거했다. 20대 남성 C씨는 혼자서 지인 17명을 상대로 총 2101건의 영상을 제작·유포해 지난 7일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들 5명은 여성 지인의 불법 합성물을 제공하는 대가로 또 다른 지인의 합성물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4년에 걸쳐 범행을 이어나갔다. 이들이 텔레그램에서 개설한 방은 200여 개에 달했다. 방마다 참여 인원이 많을 때는 50명에 달했다고 한다. 또 이들은 제작한 불법 합성물 위에 음란 행위를 하는 영상을 추가로 촬영하고, 이를 피해자에게 직접 보내는 등 이른바 능욕 범죄까지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5년 전 ‘N번방’ 주범 조주빈과 유사한 범행 수법이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 등 주범들이 불법 합성물로 얻은 수익은 없었다”며 “이들의 범행 목적은 영리가 아닌 성적 욕망 해소”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주범 박씨를 검거하는 데 5년 전 ‘N번방’ 사건을 최초로 보도한 ‘추적단 불꽃’의 결정적 협조가 있었다고 공개했다. ‘추적단 불꽃’의 원은지씨는 본인을 남자라고 속여 해당 텔레그램 방에 들어간 뒤 2년간 잠복 끝에 박씨와 유대감을 형성하고, 올해 오프라인 공간으로 박씨를 유인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지난달 3일 서울대입구역에서 경찰이 현장을 덮쳐 박씨를 검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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