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청년들에 빈 집 아닌 ‘새 단독주택’ 빌려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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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충남 부여에서 ‘충남형 농촌리브투게더’ 기공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 충남도]

지난 16일 충남 부여에서 ‘충남형 농촌리브투게더’ 기공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 충남도]

농촌으로 이주하는 청년 등에게 임대주택이 저렴하게 공급된다. 귀농·귀촌을 활성화하고 인구가 감소하는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다. 그동안 지자체마다 빈집 리모델링 방식으로 청년에게 주거공간을 제공했지만, 새로 집을 지어 임대하는 건 충남이 처음이다.

충남도는 지난 16일 부여군 은산면에서 ‘충남형 농촌리브투게더’ 기공식을 열고 귀농·귀촌 청년을 위한 단독주택 건립 공사에 들어갔다. 단독 주택은 옛 은산초등학교 폐교 부지에 내년 하반기까지 20채를 짓는다.

충남형 농촌리브투게더 사업은 민선 8기 김태흠 충남지사의 공약이다. 충남도는 앞으로 공주와 부여·보령·논산·금산·서천·청양·예산·태안 등 도내 9개 인구감소 시·군에 농촌 임대주택 500호를 공급할 예정이다. 김태흠 지사는 이 사업이 국가정책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제안할 생각이다.

부여 임대주택 건립 사업에는 충남도 100억원(건축비), 부여군 30억원(토지 매입비) 등 총 130억원을 투입한다. 단독주택은 85㎡ 규모로 농촌 여건에 맞게 부속창고(12.54㎡)도 만든다. 주민 간 소통을 위해 커뮤니티 시설(85.20㎡)도 제공한다.

이번에 짓는 단독주택은 일반과 특별공급으로 나눠 공급한다. 일반공급 대상은 농지를 지속해서 이용·관리가 가능한 귀농 희망자, 농촌형 교육을 희망하는 유치원·초중고생 동반 가족 등 실거주자, 청년 농업인 등이다. 특별공급은 이주를 희망하는 마을 주민이나 노후·불량 주택에 거주하는 주민이 대상이다. 입주 공고는 8월쯤 이뤄지며 내년 하반기 준공과 함께 입주할 수 있다. 부여군은 임대주택 입주자에게 보증금 500만원, 월세 15만원 정도를 받을 계획이다.

충남도는 입주민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시스템 에어컨과 싱크대·붙박이장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고효율 자재를 이용한 에너지자급주택(제로에너지하우스)으로 집을 지을 계획이다. 충남도가 추진하는 탄소 중립을 실현하고 전기료도 낮추기 위해서다. 충남형 농촌리브투게더는 10년간 임대 후 주변 농촌주택 시세에 맞춰 분양받을 수 있다.

충남도와 각 시·군은 ‘충남형 농촌리브투게더’ 사업을 통해 귀농 청년의 유입과 정착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연재해에 취약하고 상하수도가 설치되지 않은 기존 농촌 주민의 주거 환경 개선과 인구 감소 예방 등의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충남도는 농촌리브투게더 사업이 ‘제2의 새마을운동’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잘살아 보세’라는 구호 아래 지붕을 개량하고 마을 길을 넓힌 데 이어 농촌에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노인과 청년, 장년이 어우러져 사는 새로운 모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농업과 농촌의 발전 없이는 진정한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어렵기 때문에 농업·농촌의 구조와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며 “이제는 쾌적한 농촌을 만들 시기로 농촌에 산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새로운 공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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