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전셋값 하락 진정국면…정부는 ‘126%룰’ 상향 카드 만지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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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다가구주택·빌라 전세와 월세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다가구주택·빌라 전세와 월세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한동안 하락했던 서울 빌라(연립·다세대주택) 전세가율(매맷값 대비 전셋값)이 다시 오르고 있다. 빌라 기피 등으로 매맷값이 하락했지만 전셋값이 소폭 상승한 영향이다. 빌라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요건을 강화하면서 나타난 전셋값 하락세가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서울시 전·월세 정보몽땅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 빌라 전세가율은 71.1%로 지난해 말 68.5%보다 2.6%포인트 상승했다. 전세사기 피해가 컸던 강서구의 경우 전세가율이 80.1%로 1월(77.1%)과 2월(79.1%)보다 상승했다. 2022년 90%를 웃돌았던 강서구 빌라 전세가율은 전세사기 여파에 지난해 말까지 하락세가 이어졌지만 올해 들어 반등했다. 전셋값이 소폭 상승했는데, 매맷값은 하락한 영향이다.

강서구가 속한 서울 서남권 빌라 전세가격지수는 지난 3월 94.6으로, 2월보다는 0.02% 올랐다. 서남권 빌라 전셋값은 지난해 10월부터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10월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보통 전세가율 80% 이상인 주택을 ‘깡통전세’로 부른다. 전셋값이 매매가격에 육박해 집주인이 집을 팔아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전세사기 사태 이후 빌라 전세값 하락세는 진정국면을 보이고 있지만, 전세가율이 다시 오르는 건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빌라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주택가격 산정 방식을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빌라 전세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빌라에서 이동한 전세 수요가 아파트 전셋값을 끌어올리고 있어서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이번 주까지 52주 연속 오르며 지난해 5월부터 1년째 상승하고 있다.(부동산원)

현재 주택가격은 공시가격을 사용하는데, 여기에 감정평가 방식도 함께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다음 주 발표하는 전세시장 안정대책에 이런 내용을 포함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임차인이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전세보증금이 '공시가격의 126% 이하'여야 한다. 이전에는 공시가격의 150%까지 반환보증 가입이 가능했다. 여기에 공시가격까지 하락하면서 보증 한도가 더욱 줄었다. 집주인들은 줄어든 보증 한도에 따라 전세 계약을 새로 맺을 때 기존보다 보증금을 낮춰야 하는 상황에 닥친다. 하지만 주택가격 산정 때 감정평가를 활용할 경우 '공시가격의 126% 이하'를 적용하는 것보다 보증 한도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부담이 다소 줄게 된다. 임차인의 경우에는 반환보증 가입이 가능한 빌라가 많아지면서 선택지가 늘어날 수 있다. 정부의 기대대로 얼어붙었던 빌라 전세시장이 다시 활기를 띨 수 있다. 다만 보증 한도를 높일 경우 전셋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선 보증 가입 한도가 전세 시세처럼 작용하는데, 이를 올릴 경우 빌라 전셋값이 상승할 여지가 있다”며 “전셋값 상승에 따라 전세가율도 상승해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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