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모션 데이터 확보 가능, 이젠 안무저작권 현실화 나설 때"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890호 08면

리아킴

리아킴

지난달 24일 출범을 알린 안무저작권협회는 원밀리언 스튜디오의 리아킴(사진) 대표가 주축이 됐다. 원밀리언은 유튜브 구독자 2630만명을 거느리고 K팝 댄스의 글로벌 장르화를 이끈 세계 최대 댄스 스튜디오다. 실제로 오프라인 수강생 중 외국인 비중이 70% 이상으로, 원밀리언에 다니기 위해 한국에 장기체류하는 외국인도 많다. 지난 2일 파리 샤틀레 극장에서 파리 올림픽을 계기로 6개월간 한국문화를 집중홍보하는 ‘코리아시즌’의 개막공연을 장식한 것도 원밀리언이었다.

리아킴은 “음악저작권협회, 작가협회 등 창작자들의 협회가 많은데 문화산업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K팝 댄스 분야에 협회가 없는 게 아이러니였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안무의 저작권이 안무가에게 있다는 것에 심정적으로는 동의하지만, 안무저작권의 구체적인 기준이나 저작권료 분배 구조 등 시스템이 미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무저작권협회를 만든 배경은.
“안무저작권 보호 체계 마련은 우리 안무가들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그동안 기록 및 저장이 어려운 안무의 특성상 현실화되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영상만 있으면 3D 모션 데이터 확보가 가능할 정도로 기술이 발달했다. 또 세계적으로 K팝이 각광받고, 댄스 예능이 인기를 얻으면서 안무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기술과 인식 모두 성숙하고 발달해 이제 안무저작권 현실화를 추진할 때가 됐다고 봤다. 무엇보다 국가적 차원의 관심과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관련기사

현행 저작권법에서 안무저작물을 어떻게 보호하고 있나.
“안무에 대한 저작권 등록은 지금도 할 수 있다. 다만, 별도의 분류 없이 연극저작물의 하위 개념으로 인정될 뿐이며 저작권료 분배 구조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효용이 크지 않다.”
저작권을 등록하더라도 수익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뜻인가.
“그렇다. 안무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다 해도, 지금 법제로는 안무 제작 시안비 외에 추가적인 수익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안무저작권 현실화는 직업인으로서 댄서의 권익은 물론 창작자로서 긍정적 동기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협회에선 아일릿의 뉴진스 안무 카피 의혹에 대해선 어떻게 보고 있나.
“개별 사안에 대한 표절 여부를 판단하는 건 협회장의 몫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협회는 위와 같은 분쟁 사례가 있을 때 안무의 유사성에 대해 합리적으로 판단할 기준을 제공할 수 있다.”
표절에 대한 기준도 명확히 해야 할 것 같다.
“이전부터 안무 카피 논란은 종종 발생해 왔다. 춤은 보편적으로 자주 사용되는 기술과 테크닉이 많기 때문에 단편적인 동작만으로 표절 시비를 가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래서 안무저작권 인정 기준과 그 방식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계속 주장해 온 것이다.”
해외의 움직임은 어떤가.
“미국은 유튜브 춤 영상에 안무가를 표시한다. 국제협약(베른협약·로마협약·세계저작권협약 등)에 가입한 국가들은 안무저작권을 인정하고 있지만 음악저작권 수준의 실질적인 보호와 수익분배 시스템을 갖춘 나라는 없다. 우리나라도 안무저작물의 창조성 인정 여부에 대한 어떤 기준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 갈 길이 멀다.”
안무가들의 권리 주장에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저항감은 없나.
“그들의 것을 나눠 가진다는 개념이 아니라 같이 성장하는 개념이라 생각해 주면 좋겠다. 음원도 창작자 권리를 존중해  줬기에 발전한 것처럼, 댄스씬도 창작환경이 좋아져야 퍼포먼스 퀄리티가 좋아질 거다. K팝 산업이 있기에 우리가 일할 수 있다는 걸 알고, 대립이 아니라 상생구조를 찾으려고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