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뉴진스 차별" 방시혁 "한사람 악의"…판사 첫 질문은 의결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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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오른쪽 사진). 왼쪽 사진은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 [중앙포토·연합뉴스]

지난달 25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오른쪽 사진). 왼쪽 사진은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 [중앙포토·연합뉴스]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법정에서 어도어 경영권을 놓고 대리전을 벌였다. 지난달 22일 모기업 하이브가 민 대표 등 어도어 경영진이 걸그룹 뉴진스를 데리고 독립을 시도한다며 감사에 착수하면서 촉발된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이어진 것이다.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 김상훈)는 민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을 열었다. 민 대표나 방 의장은 직접 법정에 나오진 않았고 법무법인 세종과 김앤장 법률사무소 양측 변호사만 여럿씩 나왔다.

이번 가처분 사건엔 민 대표의 대표직이 걸려 있다. 31일로 잡힌 어도어 주주총회에선 민 대표에 대한 해임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보이는데, 어도어 지분의 80%를 가진 최대주주인 하이브가 의결권을 행사하면 민 대표를 해임할 수 있다. 반대로 하이브가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면 민 대표는 계속 대표로 있을 수 있다.

‘뉴진스 부당대우’ 있었나…“포뮬라? 모호한 소리”

어도어의 뉴진스(위)와 빌리프랩의 아일릿(아래). 어도어와 빌리프랩은 모두 하이브 산하 레이블이다. 유튜브캡쳐

어도어의 뉴진스(위)와 빌리프랩의 아일릿(아래). 어도어와 빌리프랩은 모두 하이브 산하 레이블이다. 유튜브캡쳐

민 대표를 대리하는 세종 변호사들은 뉴진스 데뷔 전 상황부터 시작했다. “하이브는 민 대표에게 첫 걸그룹을 만들자며 영입했는데 이를 어기고 르세라핌을 냈다”며 “르세라핌이 민 대표의 걸그룹이 아니란 게 밝혀질까봐 뉴진스 데뷔 전 홍보도 제한했다”는 주장이다. 하이브 산하 다른 회사에서 만든 아일릿이 뉴진스를 따라했단 주장을 할 땐 프리젠테이션에 온라인 커뮤니티 글과 다수의 연예뉴스 기사를 띄웠다.

반면에 하이브를 대리하는 김앤장 변호사들은 “민 대표가 먼저 뉴진스 데뷔 순서는 상관하지 않겠으니 내 레이블의 첫 번째 팀으로 뉴진스를 가져가고 싶다고 했다”며 “(아일릿이 따라했다는) ‘포뮬라’나 ‘톤앤 매너’는 의미도 모호하고 불명확하며, 아일릿의 기획안을 보면 ‘not 뉴진스’를 표방하며 적극적으로 차별화 전략을 구상했던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민희진 측 “불리한 노예계약” VS “1000억 이상 현금보상”

(지난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에 나온 방시혁 하이브 의장. 뉴스1

(지난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에 나온 방시혁 하이브 의장. 뉴스1

지난해 3월 두 사람이 맺은 주주 간 계약은 다툼의 근원이자 표면이다. 민 대표 측은 이 계약이 민 대표에게 불리하게 짜였다고 주장했다. ‘본 계약이 존속하는 한 경업금지(競業禁止) 의무를 부담한다’와 ‘주식을 보유하는 한 계약이 존속한다’를 결합하면, 풋옵션을 100% 갖고 있지 않은 민 대표로선 동의 없인 영구히 경업금지 의무를 지는 게 아니냔 거다.

하이브 측은 “어도어에 한 푼도 투자하지 않은 민 대표에게 경영권을 주고 1000억원 이상의 현금 보상을 했다”며 “경업금지 조항은 통상적인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방시혁 의장의 탄원서 내용을 일부 공개하기도 했다. 방 의장은 탄원서에서 “아무리 정교한 시스템도, 철저한 계약도 인간의 악의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한 사람의 악의에 의한 행동이 시스템을 훼손하는 일은 있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부모님이 먼저 문제제기” VS “‘뉴진스맘’의 가스라이팅”

'어텐션' 뮤직 비디오 촬영지에서 뉴진스 멤버와 민희진 대표가 함께 찍은 사진. 왼쪽부터 해린, 민지, 혜인, 하니, 다니엘, 민 대표. 사진 민희진 제공

'어텐션' 뮤직 비디오 촬영지에서 뉴진스 멤버와 민희진 대표가 함께 찍은 사진. 왼쪽부터 해린, 민지, 혜인, 하니, 다니엘, 민 대표. 사진 민희진 제공

하이브 측은 “민 대표의 관심은 자신이 낳은 것 같다고 하는 뉴진스가 아니라 오직 돈이다”며 비판을 심화했다. “민 대표는 뉴진스 멤버들이 공연할 때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말하도록 단단히 교육한다고 한다”며 “민 대표는 아티스트가 수동적 역할에만 머무르길 원하며 일종의 가스라이팅을 ‘모녀 관계’로 미화하고 있다”라고도 했다.

뉴진스 멤버의 부모들은 현재 민 대표의 편이다. 재판부에 민 대표와 함께하겠다는 탄원서도 냈다. 이에 대해 김앤장은 “민 대표는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부모님들을 분쟁의 도구로 이용한다”고 의심한다. 세종은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등 하이브의 만행에 화난 부모님들이 민 대표에게 하이브에 항의해달라 한 것이지 민 대표가 부모님들을 움직인 게 아니라고 했다.

뜸해진 뉴진스 활동? “껍데기 만드려고” VS “투어 준비”

뉴진스의 선공개곡 '버블껌'은 일본 샴푸 CM송으로 사용됐다. 사진 오리콘 유튜브

뉴진스의 선공개곡 '버블껌'은 일본 샴푸 CM송으로 사용됐다. 사진 오리콘 유튜브

민 대표가 하이브로부터 독립하여 어도어의 경영권을 가지려 했다는 이른바 ‘경영권 탈취’ 논란이 이번 전쟁의 시작이다. 김앤장은 민 대표가 어도어의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일부러 올해 뉴진스 활동 수준을 낮췄다고 주장했다. 주주 간 계약상 민 대표의 풋옵션 행사금액은 직전 2개년치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한다. “2023년과 2024년의 영업이익이 충분히 좋으니 2025년 초 풋옵션을 최대한 땡기고” “이제부터는 어도어 가치를 떨어뜨려 풋옵션 행사로 받은 1000억원으로 회사를 싸게 삼켜버린단 계획”이란 해석이다.

이에 민 대표 측은 “뉴진스는 당장 앨범 발매가 일주일 남았고 도쿄 돔 팬 미팅, 내년 월드 투어가 예정돼 있다”며 “뉴진스는 데뷔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아 하나의 투어를 완성할 만한 히트곡이 부족해 올해 앨범 발매 후 내년에 투어를 할 수 밖에 없어 올해는 투자 관점에서는 저점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5년간 대표직 유지 계약” VS “무속경영 등 해임 사유 여럿”

지난달 25일 민희진 대표가 연 긴급기자회견. 뉴스1

지난달 25일 민희진 대표가 연 긴급기자회견. 뉴스1

양 측이 날 선 공방을 마친 뒤 재판장의 첫 질문은 ‘의결권 구속계약’에 대한 거였다. 두 사람 간 계약엔 ‘하이브는 민희진이 5년간 어도어 대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민 대표 측은 이것이 하이브가 이와 달리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구속하는 조항이라 보지만, 하이브 측은 주주 간 이런 계약이 있다 한들 의결권 행사는 제한되지 않는단 내용이 상법 교과서에 있다고 말했다.

하이브 측은 계약서의 다른 부분에 주목한다. 민 대표가 ▶정관·법령을 위반하거나 ▶ 업무 수행에 중대한 결격사유가 있거나 ▶주주 간 계약의 중대한 위반을 하면 사임을 요구할 수 있게 돼 있는데, 민 대표가 ▶배임·횡령 ▶무속경영 및 직장 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여성 비하 발언 ▶영업비밀 유출을 했기 때문에 각 조건이 충족된다는 주장이다.

이날 1시간 30분 가까이 이어진 심문기일에도 못다 한 주장은 서면으로 보완한다. 24일까지 양측이 필요한 자료를 내기로 해결과는 일러야 25일 이후에나 나올 수 있다. 다만 재판부는 “31일에 주주총회 한다고 하셨으니 31일 전에 내도록 노력하겠다”며 늦어도 30일까지는 결정할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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