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메랄드를 왜 직각으로 세팅했을까…까르띠에 네크리스의 비밀 [까르띠에 디지털 도슨트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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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와 서울디자인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전시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Cartier, Crystallization of Time)’이 지난 1일 개막, 6월 30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까르띠에가 특별 협력사로 참여해 300여 점의 예술적 작품을 공개한다.

매주 금요일 연재하는 ‘까르띠에 디지털 도슨트’ 5회에선 자연 현상에서 모티브를 얻은 ‘에센셜 라인’과 현대건축의 기하학적 요소를 통해 까르띠에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주는 ‘네크리스’를 소개한다.

이번 전시는 ‘소재의 변신과 색채’ ‘형태와 디자인’ ‘범세계적인 호기심’까지 3개 장으로 구성되었다. 이 중 두 번째 장인 ‘형태와 디자인’에서는 순수한 선과 형태의 본질을 찾아 떠나는 까르띠에의 여정을 확인할 수 있다. 당대 예술 사조와 건축 기술, 산업 등에서 영향을 받아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승화한 작품들을 만나보자.

물 흐르듯 유연하고 간결한 ‘선의 리듬’

까르띠에가 1902년 선보인 '머리 장식'. 사진 까르띠에.

까르띠에가 1902년 선보인 '머리 장식'. 사진 까르띠에.

정확한 비율과 정교한 라인. 까르띠에는 디자인을 통해 본질을 추구한다. 지구가 품고 있던 물질들이 수억 년의 시간을 견뎌낸 결정체가 보석이듯, 까르띠에는 태초의 자연에서 가장 순수한 ‘본질(Essential)’을 찾아냈다. 물의 흐름과 떨어지는 폭포수, 연기의 소용돌이 등 자연현상에서 찾은 단순하고 간결한 형상에서 탄생한 것이 에센셜 라인이다.

1902년에 프랑스 파리에서 만들어진 머리 장식을 보자. 당대 아르누보(Art Nouveau) 양식에 영향을 받은 리드미컬한 형상은 마치 악보가 춤을 추고 있는 듯하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유럽 전역에 영향을 끼친 아르누보 양식은 근대 모더니즘의 시발점이었던 예술사조로 새로운 시대에 대한 희망을 동력으로 움직였다. 전통 양식 대신 자연주의를 지향했고 식물의 덩굴이나 잎사귀처럼 유연하고 유동적인 선과 움직임이 특징이다. 이 장식은 빈틈없는 착용감을 위해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게 제작됐다. 다이아몬드가 촘촘히 빛나는 장식을 머리에 얹고 있는 벨 에포크 시대 여인의 우아함이 그려진다.

시대의 건축과 호흡하는 주얼리

1932년 까르띠에 런던에서 특별 주문 제작한 네크리스. 사진 까르띠에

1932년 까르띠에 런던에서 특별 주문 제작한 네크리스. 사진 까르띠에

까르띠에에서 2017년 제작한 네크리스. 사진 까르띠에

까르띠에에서 2017년 제작한 네크리스. 사진 까르띠에

까르띠에는 당대 대표적인 건축 형태와 디테일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는 곧 주얼리의 구조와 입체감에 영향을 주었다. 아르누보 시대가 지나고, 1차세계대전 이후 생겨난 아르데코(Art Déco) 양식은 대량 산업방식과 전통 수공예 방식을 절충한 새로운 사조였다. 하늘을 찌를 듯한 마천루의 형상이나 직선 요소가 강한 현대건축의 기하학적 요소는 주얼리의 스톤 세팅 방식에도 적용되었다. 직선 혹은 피라미드 모양으로 세팅해 볼륨감을 강조한 것이다.

1932년 제작한 네크리스는 쿠션형 에메랄드를 중심으로 다이아몬드 라인이 볼륨감 있게 어우러진다. 라인의 기하학적인 형태와 짜임새 있는 구조를 보면 보석으로 만든 미니어처 건축물이라 할 정도다. 최근에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건축 디자인도 눈에 띄게 변하고 있다. 이번 전시가 열리는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처럼 유려한 실루엣이 특징인 자하 하디드의 건축이나 위르겐 마이어의 복합적이고 유기적인 건축이 그 사례다. 이렇듯 새로운 건축양식과 디자인은 서로 동시대를 공유하며 호흡한다. 전시장에는 앞선 작품과 함께 2017년 제작한 에메랄드 네크리스가 나란히 걸려 있어 시대의 산물인 두 디자인을 비교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천 년 고목에 걸린 목걸이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의 두 번째 챕터 전시 공간. ⓒYuji Ono (좌) 네크리스, 까르띠에, 2017, 개인 소장품 (우) 네크리스, 까르띠에 런던, 특별 주문 제작, 1932, 까르띠에 소장품. 사진 까르띠에.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의 두 번째 챕터 전시 공간. ⓒYuji Ono (좌) 네크리스, 까르띠에, 2017, 개인 소장품 (우) 네크리스, 까르띠에 런던, 특별 주문 제작, 1932, 까르띠에 소장품. 사진 까르띠에.

네크리스가 걸린 토르소(인체의 몸체를 본뜬 조각)도 눈여겨볼 만하다. 세기를 넘나드는 제작 시기, 그중에서도 가장 예술성과 기술이 집약된 오브제를 얹기에 적합한 소재는 무엇이었을까. 이번 전시를 위해 수령 천 년 이상의 고목을 말리고 불상 전문 장인이 조각해 토르소를 만들었다고 한다. “나무의 결을 살펴보면 그 나무가 서 있던 곳의 환경을 알 수 있습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에는 시간이 새겨져 있습니다. 전시를 구성하며 가장 집중했던 건 시간의 의미를 설득력 있게 담는 것이었습니다.” 전시를 디자인한 신소재연구소의 사카키다 토모유키 건축가의 말이다. 돌과 나무 그리고 장대한 시간의 결정체가 어우러진 풍경. 이번 전시 제목이 ‘시간의 결정’인 이유다.

한국에 오는 까르띠에 궁금하다면
(https://cartier-crystallizationoftime.co.kr/kr)
6월30일까지 동대문 DDP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s://mobileticket.interpark.com/Goods/GoodsInfo/info?GoodsCode=24006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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