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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야구부 단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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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장혜수 기자 중앙일보 콘텐트제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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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대 야구부가 창단 이후 공식경기 통산 2승 달성 소식을 전했다. 서울대 야구부원은 야구 종목 체육특기생이 아닌, 대학입학시험(수시 또는 정시)을 거쳐 입학한 학생들이다. 서울대 야구부는 1977년 창단했는데, 27년 만인 2004년 첫 승리를, 그로부터 다시 20년 흘러 이번에 두 번째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통산전적 408전 2승 2무 404패가 됐다. 20년 만의 서울대 야구부 승전보는 평소 대학야구 소식을 전하지 않는 신문과 방송도 대서특필했다. (개인적으로는 20년 전에도, 이번에도 서울대에 진 팀이 느꼈을 곱절의 참담함에 더 마음이 쓰였다.)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서울대 야구부가 창단 이후 통산 2승을 거둔 지난달 19일 경기의 스코어보드. [사진 서울대 야구부]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서울대 야구부가 창단 이후 통산 2승을 거둔 지난달 19일 경기의 스코어보드. [사진 서울대 야구부]

국내에서 대학야구, 더 넓게는 대학스포츠 소식을 좀처럼 접할 수 없다. 반면 미국에서 유학이나 연수, 거주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현지의 대학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잘 알 거다. 비단 ‘3월의 광란’으로 불리는 농구만이 아니라 풋볼, 야구, 심지어 레슬링, 기계체조 등 대학스포츠 소식이 늘 지역 신문과 방송의 주요 뉴스다. 심지어 토요일 프라임타임에는 TV에서 대학스포츠 경기(주로 풋볼)를 중계한다.

아이러니하다. 대학스포츠도 서울대라야, 서울대가 이겨야 뉴스 밸류가 생기니 말이다. 사실 다들 짐작했을 거다. 뉴스 밸류가 ‘단지 서울대’라서가 아니라는 걸. 엄밀히는 ‘체육특기생을 뽑지 않는 서울대’,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공부에 운동까지 잘하는 학생이 다니는 서울대’가 이긴 얘기라는 데 있다.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서울대에 관심을 갖는 건, 병행하는 게 바람직하고 내심 바라는 바이며 그렇기에 지향해야 할 방향으로 여긴다는 뜻일 것이다.

한편 제주는 지난 2월 전국동계체육대회(동계체전)에서 금, 은메달을 1개씩 땄다. 금메달 주인공이 낯익다. 프리스타일 스키 전 국가대표 서정화다. 2010 밴쿠버, 2014 소치, 2018 평창 등 겨울올림픽에 3회 연속 진출한 한국 모굴스키의 간판선수다. 평창올림픽을 마친 뒤 로스쿨에 진학한 터라 은퇴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금메달 소식이 들려왔다. 게다가 최근 그는 합격률 50% 남짓인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까지 전했다.

2024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위기감이 한국 스포츠계에 감돈다. 구기는 여자핸드볼을 빼면 올림픽 본선행 전멸이다. 기대 메달 숫자는 40년 전 수준으로 후퇴했다. 다 인구 감소 탓이라고, 자녀가 하나라서 운동선수를 안 시킨 탓이라고 한다. 한 번 생각해보자. 만약 운동하면서 서울대도 가고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도 될 수 있다면, 자녀가 운동하는 걸 마다할 부모가 있을까. 위기의 돌파구를 누구처럼 해병대 캠프에서 찾을 일이 아니다. 서울대 야구부 승리가 뉴스가 안 되고, 제2, 3의 서정화가 나올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는 그런 일도 하라고 존재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