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 “복귀는 없다”…교수들은 ‘일주일 통째 휴진’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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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로비에 정부의 의학대학 입학 정원 증원 정책을 규탄하는 내용이 담긴 홍보물이 부착돼 있다. [뉴스1]

1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로비에 정부의 의학대학 입학 정원 증원 정책을 규탄하는 내용이 담긴 홍보물이 부착돼 있다. [뉴스1]

법원의 16일 결정으로 정부는 예정대로 의과대학 증원 절차를 진행하게 됐지만, 의료계 반발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의대 교수들은 추가 휴진 가능성을 예고했고, 전공의들은 “복귀는 없다”며 결집 의사를 다졌다. 이들은 법원의 이번 결정에 반발해 “즉시 재항고해 대법원에서 재차 판단을 구하겠다”고 밝혔다. 법원 판단을 기다려온 정부는 의대 증원 관련 행정 절차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내년 의대 정원은 현재보다 1500명가량 늘어난다.

의료계는 재항고 방침도 분명히 했다. 의료계를 대리하는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법원 결정 직후 “부산대 의대생의 원고 적격을 인정한 점, 회복할 수 없는 손해와 긴급성을 인정한 점에선 의료계 승리고, 공공복리를 우선시한 점에서는 정부 승리다. 무승부”라며 “서울고법의 나머지 6개 사건과 함께 대법원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로 예정된 대학별 정원 확정 때까지 대법원이 사건 심리를 마치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2023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대법원에 접수된 재항고 사건 2345건 중 인용된 건 2건에 불과하다”며 “인용 가능성이 극히 희박할 뿐만 아니라 대법원 입장에선 본안 소송이 계속되는 동안 판단을 보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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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법원의 이날 결정으로 의대 증원에 속도가 붙으면서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은 더 길어지게 됐다. 한 대형 병원 교수는 “인용될 거로 기대했는데, 정치적 영향이 있지 않았나 의심이 든다”며 “전공의나 전임의는 복귀 안 할 거고 교수들도 더는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은 더 센 휴진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23일 총회를 열고 일주일을 통째로 휴진하는 안 등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들은 또 “정부가 심층적인 현장 실사도 하지 않고 의대 정원을 배분했다”며 “이에 관한 구체적 근거 자료를 대학별로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대한의사협회는 17일 공식입장을 낸다.

전공의들은 복귀를 무기한 연기할 가능성이 크다. ‘빅5’ 병원의 한 4년 차 전공의는 “전문의를 따려면 복귀해야 하지만, 지난 3개월 동안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아직 환자 곁으로 돌아갈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원점 재검토’가 대한전공의협의회의 일관된 입장이기 때문에 여기에 동조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3년 차 전공의도 “정부 제출 자료가 공개되면서 회의록이 하나만 있는 등 여러 절차적 문제가 드러났다”며 “이걸 어떻게 납득하겠나. 강경한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19, 20일부터 병원을 떠난 전공의(과별로 3, 4년 레지던트)들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전공의들은 20일 전후 복귀하지 않으면 추가 수련을 받아야 하는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해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1년 지연된다.

고범석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 공보담당은 “지금 상황에서 전공의는 복귀를 안 할 것이다. 병원들이 도산하고 제약, 의료기기 등 관련 산업도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비상 상황으로 버텨왔지만 교수들도 주 4일 근무로 전화하는 등 장기화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환자 피해가 없도록 의료를 정상화해 달라”고 촉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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