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지소연 '최연소 골 쐈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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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을 넣은 지소연(左)이 손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15세 소녀 지소연(위례정산고)이 한국 여자축구 역사를 새로 썼다.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의 막내 지소연은 1일(한국시간) 도하 카타르스포츠클럽 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B조 첫 경기에서 혼자 두 골을 넣으며 난적 대만을 2-0으로 완파하는 데 앞장섰다. A매치 세 경기 출전만의 데뷔골이자, 한국 남녀 축구를 통틀어 최연소(15세 293일) 득점 기록이다. 종전은 박은선의 16세 165일(남자는 고종수의 18세 87일)이었다.

두 골 모두 15살의 새내기 선수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대담한 골이었다. 지소연은 전반 13분 미드필드에서 길게 올라온 공을 발로 살짝 띄워 차 페널티 지역에 떨어뜨린 후 달려들어 골대 구석을 향해 땅볼 슛, 그를 에워싸고 있던 네 명의 대만 수비수를 멍하게 만들었다.

후반 22분엔 신순남이 미드필드 우중간에서 크로스를 올리자 지소연은 몸으로 한번 트래핑한 후 달려드는 수비수 두 명과 골키퍼 사이로 파고들며 가볍게 차 넣어 추가골을 기록했다.

지소연의 우상은 지네딘 지단이다. 대만전에서 그의 위치는 투톱인 박희영.김주희의 바로 아래로 프랑스대표팀에서 지단의 포지션과 같았다.

하지만 지소연의 플레이는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연상케 했다. 1m61㎝의 단신이지만 62㎏의 다부진 체격인 지소연은 순발력과 유연성,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능력 등 스트라이커가 갖춰야 할 덕목을 이 경기에서 모두 보여줬다. 지소연은 10월 피스퀸컵 대회 때 브라질전에서 역시 최연소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출전해 브라질 감독으로부터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선수였다"는 칭찬을 받기도 했다.

한국은 지소연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고른 활약을 펼치며 경기 내내 공격 주도권을 뺏기지 않았다.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1승1무2패로 열세였던 대만에 완승을 거둔 한국은 아시안게임 첫 메달권 진입의 희망을 부풀렸다. 한국은 4일 밤 베트남과 2차전, 7일 밤엔 북한과의 남북 대결을 치른다. 아시아 최강인 북한 역시 이날 베트남을 5-0으로 가볍게 요리하며 몸을 풀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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