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여신' 제작한 '러브레터'의 감독 이와이 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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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개봉한 일본영화'무지개 여신'(작은 사진(下))은 '러브레터'(1995년)를 연상시킨다. 비극을 계기로 과거의 사랑을 반추하면서 청춘의 감성을 가슴 설레게 그려내기 때문이다. 대학동창의 갑작스런 죽음을 통해 주인공이 스스로 의식하지 못한 채 사랑을 했던 기억을 되짚는 줄거리다.

소설가 사쿠라이 아미의 시나리오를 신예 감독 쿠마자와 나오토가 연출했다. 이 영화의 프로듀서가 바로'러브레터'의 감독 이와이 슌지(43.사진(上))다. 2년 전 '하나와 앨리스'를 내놓은 이후 그는 자신의 신작 준비 못지않게 신예 발굴에 몰두해왔다. 인터넷사이트 플레이웍스(www.playworks.jp)를 통해 시나리오를 공모하고, 이를 다듬어 젊은 감독들이 연출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현재까지 10편 가량의 시나리오를 확정했다. '무지개 여신'은 그 첫 성과물이다. MBC와 한국에서 16부작 드라마로 만드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감독뿐 아니라 제작자로서 일본영화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는 그를 만났다.

-직접 연출하지 않았는데도 '무지개 여신'에는 이와이 슌지 다운 분위기가 살아있다. 특히 주인공들이 영화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점은 당신의 실제 체험을 연상시키는데.

"당초 시나리오를 수정한 부분이다. 내가 대학시절 영화동아리를 했던 경험이 있어서 각색에 조언을 할 수 있었다. 영화 전체는 서로의 상호작용 결과다. 사실 '이와이 슌지 다운 것'이 뭔지는 나도 잘 모른다."


-이번 영화를 포함해, 당신의 작품들은 밝건 어둡건 '청춘'이 키워드로 보인다. 청춘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강한가.

"불완전하게 보낸 내 청춘에 대한 그리움이다. 학창시절부터 영화 만드는 데 몰두해서 못해 본 게 너무 많다. 고교 졸업식과 대학 입학.졸업식 모두 참석하지 못했을 정도다. 그래서 내 영화가 졸업식.입학식 장면에 집착하는 것 같다(웃음). 연애도, 남자 고교를 다녀서 별로 여건이 좋지 않았다. 그 시절의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연애 얘기를 만드는 감독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 못했을 것이다. 그걸 다 만족스럽게 해봤으면 이런 영화들을 안 만들었을 것 같다"

-직접 연출하기도 바쁜데, 젊은 감독들을 키우려는 이유는 뭔가.

" 사람들을 가슴 설레게 하는 창작자를 발굴하고, 그런 창작자들이 사랑받도록 해서 일본영화계를 매력적인 곳으로 만들고 싶다. 나 혼자 하는 것 보다 여러 사람이 같이 하는 것이 흥미롭지 않을까."

-앞으로 제작할 10편의 영화에서 한국 배우나 감독과 일할 생각이 있나.

"그렇다. 요즘 각각의 영화를 누구에게 맡기면 좋을까 회의를 하다보면 한국감독들 이름이 많이 나온다. "

-한국감독을 기용한다면 일본영화계를 매력적인 곳으로 만든다는 취지와 좀 어긋나지 않을까.

"좋은 영화, 재미있는 영화는 국적에 상관없이 임팩트가 있다. 영화를 처음 보는 10대나 20대 관객에게 임팩트를 주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러브레터'를 보고 영화를 하고 싶어졌다는 말을 한국에서 들은 적이 있다. 나도 그랬다. 중학교 때 TV에서 이치카와 곤 감독의 영화를 보고 영상의 힘에 충격을 받았다. 재능있는 사람을 많이 모으면 재미있는 영화가 만들어진다고 본다. 10편 중에 세번째나 네번째 작품은 일본 최고의 각본가와 일하려고 한다."

-무척 피곤해 보인다.

"이치카와 곤 감독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일본에서 12월초 개봉이라 계속 밤샘편집을 하다 와서…"

글=이후남 기자<hoonam@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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