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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기자 1만9000명…서울 아파트 요양시설 의무화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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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에 들어선 시립동대문실버케어센터의 모습.   사진 서울시

2022년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에 들어선 시립동대문실버케어센터의 모습. 사진 서울시

서울시가 2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를 지을 때 노인요양시설도 의무적으로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16일 “최근 국토교통부에 노인요양시설 확충을 위한 법령 개정을 요청했다”며 “주민공동시설에 노인요양시설을 포함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라고 밝혔다.

주택법 시행령(주택건설기준) 등에 따르면 100가구 이상 주택을 지을 때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주민공동시설은 최다 16개다. 단지 규모에 따라 경로당ㆍ놀이터ㆍ어린이집ㆍ주민운동시설ㆍ다함께돌봄센터 등을 지어야 한다. 여기에다 2000가구 이상의 아파트를 지을 때 노인요양시설을 포함하자는 게 서울시 생각이다.

서울 노인요양시설 대기자만 1만9062명 

서울시가 법령 개정 추진까지 나선 데는 초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요양시설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노인요양시설은 요양등급 1~2등급을 받아야 입소할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해 일상생활을 스스로 할 수 없는 노인이 여기에 해당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전체 요양시설은 241곳으로 시ㆍ구립 시설이 34개, 사립이 207곳이다. 이 시설 정원은 총 1만3906명인데 현재 입소율은 91.6%로 거의 꽉 찼다. 대기자만 1만9062명에 달한다. 시는 2025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화 사회 진입이 예상되는 가운데 노인요양시설 관련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시립동대문실버케어센 모습.    사진 서울시

시립동대문실버케어센 모습. 사진 서울시

하지만 주민 반대가 걸림돌이다. 2022년 동대문구 답십리동 시유지(대지면적 2990㎡)에 들어선 시립동대문실버케어센터(정원 116명)는 2007년 시립서부노인전문요양센터 개관 이후 15년 만에 지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이 반발했다.

여의도시범 아파트도 “데이케어센터 반대”

결국 주민 요구대로 센터 인근에 산책로와 휴게공간을 조성하고 센터 안에도 북카페 등을 만들기로 하면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 현재 신속통합기획사업(재건축) 1호 단지인 여의도 시범아파트도 서울시가 공공기여 목적으로 데이케어센터 설치를 요구하면서 주민과 대립하고 있다. 데이케어센터는 요양등급 3~5등급 주민이 낮에 다니는 ‘노인 유치원’으로 불린다.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 여의도 시범아파트의 전경. 기부채납용 데이케어센터 건립을 두고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 여의도 시범아파트의 전경. 기부채납용 데이케어센터 건립을 두고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 건의에 국토부는 난색을 보인다. 주민공동시설이 아파트 단지 거주자를 위한 시설임을 고려할 때 노인요양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한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노인요양시설이 입주민 공동시설에 해당하는지 잘 모르겠다”라며 “재산가치 하락 우려와 향후 관리 문제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재건축 예정 단지 주민 김모(49) 씨는 “서울시가 추진해야 할 정책을 아파트 주민에게 떠넘기는 것 같다"라며 "아파트 단지에 요양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반길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활편의시설로 봐야 

하지만 서울시는 2021년 시행령을 개정해 500가구 이상 주택단지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한 다함께돌봄센터(방과 후 돌봄시설) 사례가 노인요양시설과 비슷하다고 주장한다. 다함께돌봄센터는 입소대상자가 단지 내 거주자뿐 아니라 자치구 구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초고령화 시대가 임박한 만큼 노인요양시설을 생활편의시설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유치원ㆍ어린이집을 지역사회의 중요한 인프라로 보듯이 노인요양시설이나 데이케어센터도 가족 중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생활편의시설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는 집 근처에 요양시설이나 데이케어 센터가 있다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꼽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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