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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43% 보험료 내고 적자 702조 증가, 이게 연금개혁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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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신성식 기자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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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 2차 숙의토론회 모습. 갈등해결&평화센터 박수선 대표(오른쪽 마이크 든 이)가 전문가 4명을 소개하고 있다. KBS 유튜브 캡처

14일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 2차 숙의토론회 모습. 갈등해결&평화센터 박수선 대표(오른쪽 마이크 든 이)가 전문가 4명을 소개하고 있다. KBS 유튜브 캡처

국민연금 개혁방안을 두고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 시민대표단 500인이 1, 2차 토론을 끝냈다. 20, 21일 두 차례 더 이어진다. 시민대표단을 설문 조사해 22일 결과를 발표한다. 이를 참고해 연금특위가 법률 개정안을 만들어 내달 29일(21대 국회 회기 종료일)까지 통과시키면 개혁이 일단락된다. 시민대표단은 두 개 안을 두고 토론한다. 1안은 '보험료 13%-소득대체율 50%', 2안은 '보험료 12%-소득대체율 40%'이다. 지금은 보험료 9%,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노후연금의 비율) 42%이다. 대체율은 매년 0.5%p 내려가고 있으며 2028년 40%에서 멈춘다. 1안은 더 내고 더 받자는 것이고, 2안은 더 내고 지금처럼 받는 것이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의대정원처럼 오랫동안 뒷전

고령화의 충격이 큰 분야가 국민연금과 보건의료이다. 연금은 먹고 사는 문제이고, 의료는 건강 문제이다. 그런데 그동안 눈앞에 닥친 것에 관심을 뒀지 잘 보이지 않는 미래는 뒷전이었다. 국민연금은 26년째 보험료를 9%로 묶어놨다. 의대정원은 27년 만에 늘리려니 사달이 났다. 국민연금은 2007년 개혁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매일 800억원의 연금폭탄이 쌓인다"고 호소했다. 당시 소득대체율만 60%에서 40%로 낮췄고, 보험료는 반발이 심해 손대지 못했다. 그래도 큰 진전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공무원연금 개혁에 매달리느라 국민연금은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문재인 정부는 보건복지부의 개혁안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안 맞다"고 퇴짜를 놓고는 소위 '사지선다' 안을 냈다.

국민연금 더 내고 더 받자는데
대체율 올리면 재정 크게 악화
연금액 상승은 그리 크지 않아
"보험료 인상 후 추가 개혁을"

 윤석열 정부가 시동을 걸었지만 지난해 10월 백지 답안을 내고 멈췄다. 누가 봐도 4·10 총선을 앞둔 정치적 결정이었다. 백지 답안이 패배를 불렀는지, 더 큰 패배를 막았는지 모를 일이다. 공론화 방식으로 연금개혁이 굴러가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국민연금은 경제활동을 할 때 보험료를 내 일부는 고령세대를 돕고, 일부는 쌓아뒀다가 본인 노후에 쓴다. 저출산·고령화에다 경제성장이 위축되니까 보험료를 더 내든지, 받는 돈(소득대체율)을 깎든지 선택해야 한다. 안 그러면 1000조원의 적립금이 2055년 고갈된다. 소득의 34%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

이런 상황을 막으려면 현세대가 보험료를 더 부담하는 길밖에 없다. 14일 2차 토론에 참여한 한 시민대표는 "지금의 세대가 모든 부담을 공통으로 나눠야 한다는 선배 세대의 어떤 의무감 같은 걸 (느낀다)"고 말했다. 다행히 1, 2안 모두 보험료를 13%, 12%로 올리는 안이다. 소위 '마의 9% 벽'을 깰 수 있다. 그런데 1안은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리는 내용도 담고 있다. 2007년 노무현 정부의 연금개혁을 되돌리는 안이다. 국민연금의 소득 보장 기능이 약하니 높이자는 주장이다.

"대체율 올리자" vs "그건 개악"

 남찬섭 동아대 교수는 2차 공론화 토론에서 "2030세대가 26년 국민연금에 가입한다고 가정하면 나중에 약 66만원의 연금을 받게 된다. 노후 최소 생활비(124만원)의 절반 정도이다. 이걸로는 생활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고 가입기간도 조금 더 늘려 95만원을 받고, 기초연금을 조금 더 얹어서 노후 최소생활비를 확보하자"고 말했다. 남 교수는 "2030세대가 월 60,70만원 받는 노인이 되느냐, 아니면 100만원 정도 받는 노인이 되느냐 어느 쪽이 자식세대에 짐이 덜 되겠느냐"고 말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국민연금이 허약한 건 사실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1인당 노령연금(일반적 형태의 국민연금) 평균액은 월 62만원이다. 1인 가구 생계급여 상한액(62만여원)과 비슷하다. 연금을 늘리려 1안처럼 소득대체율을 올릴 수는 있다. 그러면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국회 예산정책처 추계에 따르면 1안대로 하면 기금 고갈을 2060년으로 늦추되 그 후 지출이 급격히 늘어난다. 소득대체율 인상효과가 30~40년 후 나타나기 때문이다. 2093년이면 연금 적자가 702조 4000억원 더 늘어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소득의 43%를 보험료로 내야 그해 연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라는 말이 나온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기금 소진 시기를 몇 년 연장하는 대가 치고는 미래세대가 짊어질 비용이 너무 커진다"고 말한다. 또 1안을 시행할 경우 대체율 인상 효과가 고소득층에 더 집중된다. 지역가입자 평균소득(100만원, 25년 가입 가정) 근로자는 연금액이 월 12만5000원 늘지만, 600만원인 사람은 28만1000원 는다. (『연금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오건호)

기초연금·퇴직연금으로 보완

 2안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현행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하려면 보험료가 20%로 올라야 한다.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는 15%로 올리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12%로 올리면 기금 고갈 시기를 2062년으로 늦추고 2093년 누적적자를 1970조원 줄일 수 있다. 이번에 이 정도 고치고 모자라는 부분은 다음 개혁으로 넘기면 된다. 그러면 노인 빈곤은 어떻게 하나. 오 위원장은 "국민연금만으로 다 보장하기 힘드니 기초연금과 퇴직연금으로 시야를 넓히면 된다. 중하위 계층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으로, 중상위는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으로 보장하자"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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