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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쇼이 내한 공연 취소 후폭풍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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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나원정 기자 중앙일보 기자
나원정 문화부 기자

나원정 문화부 기자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 내한 갈라 공연(사진)이 개막 하루 전(15일) 취소되며 논란이 나온다. 지난달 ‘친(親) 푸틴’ 스타 무용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의 ‘모댄스’ 내한공연이 우려하는 여론 속에 ‘안전 문제’로 취소되자, 이 공연은 ‘볼쇼이’ 대신 한국 에이전시 이름을 내세워 제목을 바꿨다. 출연 인원이 절반으로 줄고 프로그램 내용까지 변경되자 공연장인 세종문화회관측은 내규에 따라 공연 변경 심사를 열고 부결로 결론 내렸다. “변경 정도가 상당해 퀄리티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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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전날까지 예매 오픈을 못 하고 결국 공연을 취소한 공연사 측은 외압설까지 제기했다. 공연계에선 자칫 전쟁 지지 여부와 무관하게 러시아에서 활동해온 무용수에 대한 보이콧으로 번질까 봐 우려한다.

러시아 예술가들에 대한 보이콧은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서구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실제 전쟁 중인 만큼 냉전 시대보다 보이콧이 더 심하다”는 논평도 나온다. 보이콧에 압박을 느낀 러시아 예술가들이 정치적 노선을 바꾸거나, 러시아 정부 지원 단체에서 탈퇴하기도 했다. 유럽에선 푸틴을 비판해온 러시아 출신들까지 보이콧 대상이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 당장 다음 달 볼쇼이·마린스키 무용단 출신들의 내한 공연 두 건이 예정돼 있다. 러시아 무용단에 소속됐지만, 무용수 각각은 우크라이나 등 다국적이다. 한 공연 관계자는 “지난해 발레리나 강미선이 러시아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여성 무용수상을 받았을 때는 축하 분위기 아니었느냐”면서 “전쟁을 지지할 순 없지만, 예술가 개개인의 교류까지 색안경을 끼고 봐야 할까”라고 반문했다. 엉뚱한 후폭풍이 번져서는 안 된다는 우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