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주유엔 미국대사 “북한, 극단적 고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왼쪽 두번째)가 16일 파주 비무장지대(DMZ) 판문점을 방문했다. 왼쪽은 폴 러캐머라 유엔사령관이다. [뉴스1]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왼쪽 두번째)가 16일 파주 비무장지대(DMZ) 판문점을 방문했다. 왼쪽은 폴 러캐머라 유엔사령관이다. [뉴스1]

“북한은 고립의 가장 극단적인 예다.”

방한 중인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는 16일 이렇게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이날 오전 경기 파주시 비무장지대(DMZ)를 둘러본 뒤, 오후에 서울 용산의 주한미국대사관 공보과에서 젊은 탈북민들을 만났다. 이어 이화여대에서 학생들과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관련 간담회를 가졌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김은미 이화여대 총장도 참석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이 자리에서 “오늘 DMZ를 방문해 국경 너머로 북한을 봤다”며 “북한은 전 세계에서 스스로를 떼어내 봉인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 외에도 전 세계에는 다자주의에서 떨어져나오면서 국가와 자국민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약속하는 지도자들이 또 있다”며 “그러나 이는 틀린 약속이자 위험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외교관으로 일하며 깨달은 점은 역내의 도전은 전 세계적인 도전으로 확대되고 만다는 것”이라며 “기후 변화와 질병은 국경을 모르며, 국지적 충돌도 전장 밖의 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한편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앞서 DMZ를 방문했을 때, 대북 제재 이행 상황을 감시해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의 전문가 패널이 오는 30일 활동을 종료하는 것과 관련해, “유엔 안팎의 모든 가능한 옵션을 검토해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주유엔 미국 대사가 이런 계획을 밝힌 건 처음이다.

안보리 전문가 패널을 대체할 새 메커니즘이 유엔 내에서 활동한다면, 총회 산하에 두는 게 가능하다. 이 경우 안보리 산하는 아니지만, 유엔 차원에서 권위를 갖고 대북 제재 이행 상황을 추적할 수 있다. 유엔의 예산 지원도 가능하다. 그러나 안보리 산하에 뒀을 때와 마찬가지로 임기 연장을 위해 총회 차원의 결의가 필요할 수 있다. 유엔 밖에 협의체를 꾸릴 경우 이런 부담은 없지만, 유엔 차원의 보고보다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유엔 총회든 유엔 밖의 체제든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일본을 비롯한 뜻을 함께하는 다른 이사국들과 창의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또 “북한의 책임을 묻기 위한 전문가 패널에 러시아가 거부권을 던지고 북한을 비호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무기를 구입하며 동맹을 형성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러시아와 중국의 참여가 없는 경우도 고려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당연하다(Of course)”고 답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의 방한은 그가 2021년 1월 20일 유엔 대사로 임명된 후 처음이다. 미국의 유엔 외교를 총괄하는 최고위급 인사인 주유엔 미국 대사가 한국을 찾은 것도 2016년 10월 서맨사 파워 전 대사의 방한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미 내각 회의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도 참여하는 장관급 각료인 토머스-그린필드 대사가 DMZ를 찾은 건 그 자체로 북한에 대한 압박 메시지로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방문은 북한을 향해 ‘전문가 패널이 종료돼도 다른 방법으로 제재 위반 행위를 단속하겠다’는 경고를 보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