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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일가 주식 보상' 공시 의무화…한경협 “공시 부담 증가” 반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이 총수(동일인)와 그 특수관계인(가족·임원)에게 지급하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지급 약정을 공시하도록 했다. 주식 지급 약정이 경영권 승계에 악용될 수 있다고 보면서다. 한국경제인협회는 곧장 “공시 의무화는 과도한 규제”라며 반발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심판정 모습.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심판정 모습. 연합뉴스

특수관계인 주식 지급 약정 공시 의무

16일 공정위는 대규모기업집단 공시매뉴얼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개정 매뉴얼에 따르면 대기업집단은 총수 특수관계인에 대한 주식지급거래 약정을 체결하면 ▶부여일 ▶약정 유형 ▶주식 종류 ▶수량 ▶약정 내용 등을 공시해야 한다. 공시 주기는 연 1회로, 올해부터 적용한다. 특정 가격에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인 스톡옵션은 대주주에게 부여할 수 없지만, RSU에는 이 같은 제한이 없다.

RSU는 통상 특정 기간이 지난 뒤 자사주를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다. 일종의 성과급처럼 주식을 통해 보상하는 제도다. 약정 뒤 실제 지급까지는 수년이 걸리는 만큼 핵심인재를 기업에 묶어두는 효과가 있어 특히 해외에선 보편적으로 활용된다. 마이크로소프트·테슬라·구글 등 대부분의 미국 대기업이 도입한 상황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집단 중 RSU를 도입한 건 9곳에 달한다. 예컨대 한화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에게 200억원 수준의 계열사 RSU를 지급했다. RSU가 현금 보상을 주식으로 대체하거나 총수일가 지분을 늘리는 데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김민지 공정위 공시점검과장은 “현재 공시 양식으로는 특수관계인에게 주식이 지급되는 시점에 매도가액만 공시된다”며 “약정 내용을 공시하게 되면 장래 지급이 이뤄지는 RSU에 대해 파악할 수 있어 총수일가 지분변동 내역, 장래 변동 가능성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협 “과도한 규제, 불합리”

금융감독원은 이미 주식지급약정의 내용을 상장회사 사업보고서에 포함하도록 지난해 12월 공시 서식을 개정했다. 공정위 공시 대상엔 상장사뿐 아니라 비상장 대기업집단 계열사도 모두 포함된다.

기업 입장에선 총수와 관련한 공시 부담이 늘어나는 일인 만큼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번 정부에서 규제 완화를 내세우면서 공시 의무를 줄여가는 상황과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RSU는 인력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수단일 뿐 내부거래와는 본질이 다르므로 공시 의무화는 불합리하다”며 “주식보유 변동 때 공시를 하고 금감원을 통해서도 RSU 관련 사항을 기재하는 만큼 중복 공시로 인해 실무자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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