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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터무니 없다"지만…'약속 대련' 공방으로 튄 이스라엘 공습

중앙일보

입력

이란이 이스라엘 공습 전에 미국과 공격 시기와 수위 등을 조율했는 지를 놓고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만약 양측의 사전 협의가 있었다면, 이는 미국이 동맹국 이스라엘에 대한 공습을 사실상 승인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시아 알-수다니 이라크 총리와 회담하는 동안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시아 알-수다니 이라크 총리와 회담하는 동안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AP=연합뉴스

공습 전 ‘소통’ 있었다

미국과 이란 모두 양국 사이 모종의 ‘소통’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미국은 이란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고, 이란도 우리의 메시지를 받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공습의)시점, 대상, 대응 방식에 대한 메시지는 누구에게도 전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어떤 내용의 소통을 했는지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란도 소통 사실을 인정한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이란이 미국과 주고받은 메시지는 시리아 다마스쿠스 주재 영사관에 대한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의 뻔뻔한 행위와 관련된 것”이라며 공습 전 미국과 소통했음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란이 (보복)결정을 여러 나라에 알린 뒤 미국은 그 나라(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합법적 대응을 방해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공습을 놓고 미국의 반응이 전달됐다는 의미다. 공습 결정을 ‘여러 나라에 알렸다’는 발언도 백악관의 주장과 차이가 난다.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아슈켈론에서 요격 미사일이 이란이 발사한 드론과 미사일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란이 300여 기의 드론과 순항·탄도미사일을 발사했으나 99% 요격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아슈켈론에서 요격 미사일이 이란이 발사한 드론과 미사일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란이 300여 기의 드론과 순항·탄도미사일을 발사했으나 99% 요격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美, ‘작전은 한도 내에서만’ 주문”

로이터통신은 전날 튀르키예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보복 공습은 영사관 공격에 대응하는 제한된 목적’이라는 점을 미국에 전달했다”며 “미국은 튀르키예를 통해 이란에 ‘작전은 일정한 한도 내에서만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이란은 300기 이상의 미사일과 드론으로 이스라엘을 공습했지만 미국은 미리 공습에 대비하고 있었고, 결과적으로 이란의 공격은 거의 피해를 주지 못했다. CNN은 “사상자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볼거리를 극대화하기 위해 고도로 계획된 작전”이라며 “이스라엘과 그 협력국들이 방어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는 점에서 5시간의 작전은 ‘끔찍한 불꽃놀이’에 지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5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5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에 대해 커비 조정관은 “모든 것은 명백한 거짓”이라며 “이란이 미국에게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얘기는 터무니 없다”고 반박했다.

준비된 ‘성공적 대응’ 이후는?

미국의 고위 당국자는 전날 브리핑에서 “(바이든의 지시로)열흘 동안 이란의 공격에 대비했고, 이란과는 스위스를 통해 접촉해왔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도 공습이 직전 휴가에서 복귀해 상황을 지휘했고, 공습에 대비해온 미국은 이란의 공격을 성공적으로 막았다.

이에 대해 커비 조정관은 “대통령이 (휴가지에) 도착하자마자 이란 공격이 예상되는 구체적 시점에 대한 확실한 첩보와 정보를 얻었다”며 “중요한 것은 스위스, 오만, 튀르키예, 이라크 등 어느 나라도 (이란의) 공격 준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고, 그 정보가 미국에 전달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14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영국 대사관 앞에서 시위대가 이란과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영국 대사관 앞에서 시위대가 이란과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란과 이스라엘에 대해선 자극을 자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G7(주요 7개국) 등 국제사회에서 나오는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 요구에 대해선 “(미국은)검토하지 않고 있고, 일부의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보겠다”고 말했고, 이스라엘의 보복 가능성에 대해선 “이스라엘이 결정한 문제”라고 했다. 다만 “미국은 이란과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며 “‘확전하지 말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우크라 ‘분리 지원’ 거부”

커비 조정관은 “이번처럼 이스라엘을 성공적으로 방어하기 위해선 국가안보 예산안을 긴급하게 통과시켜야 한다”며 브리핑의 상당 부분을 이스라엘·우크라이나·대만 지원에 필요한 긴급 안보 예산안을 초당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할애했다. 특히 “이스라엘 지원 예산만 분리해 통과시키자”는 주장에 대해선 “단호히 반대한다”고 했다.

미국의 지원으로 이스라엘이 이란의 공습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는 백악관의 입장이 강조된 뒤, 민주당의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공개 서한에서 “극우 공화당에게 우크라이나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며 패키지 법안 통과가 시급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공화당 소속 조 윌슨 하원의원도 서한에 동의한다는 의미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5일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을 떠난 후 트럼프 타워에 도착하고 있다. 트럼프의 비자금 재판은 월요일 배심원 선정과 함께 시작됐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5일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을 떠난 후 트럼프 타워에 도착하고 있다. 트럼프의 비자금 재판은 월요일 배심원 선정과 함께 시작됐다. AP=연합뉴스

민주당은 3개국에 대한 950억 달러 규모의 패키지 안보 예산안을 냈지만, 공화당은 이에 반대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단독 지원안을 제출했다. 대선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대된 데 따른 결과다. 최근엔 이스라엘 지원에 대한 부정론도 커지면서 ‘두 개의 전쟁’에 자금을 지원하는 문제는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에게 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만약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을 계기로 의회에서 패키지 예산안이 통과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은 정치적 부담을 상당 부분 덜게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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